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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찰·사회 모두 외면…드러난 학교폭력 관리의 민낯

송고시간2017-09-12 11:07

울산경찰청, 투신 중학생 상대 폭력·왕따 확인…동급생 9명 송치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동급생 9명이 숨진 학생을 평소 때리고 괴롭힌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무실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경찰의 늑장 대응, 학교 측의 은폐 시도 등 학교폭력 관리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올해 3∼4월 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A(13)군을 때리거나 괴롭힌 동급생 9명을 폭행 등 혐의로 12일 울산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책상에 엎드린 A군을 툭툭 치고 지나가고, 모자를 잡아당기거나 점퍼를 발로 밟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A군의 말투가 이상하다고 놀리거나, A군이 앉으려는 순간 의자를 뒤로 빼는 등의 노골적인 장난도 이어졌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A군은 급기야 4월 28일 학교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시도하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A군은 지역의 상담시설에서 상담을 받았고, 지역의 위탁형 대안학교로 학교를 옮겼다.

그러나 후속 대응은 모두 미흡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교는 14일 이내에 학폭위를 열어야 하지만 A군의 학교는 18일이 지난 5월 16일에 학폭위를 개최했다.

학교는 A군의 아버지에게 학폭위에 참석하라는 통보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A군 측의 참여 없이 진행된 학폭위는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오히려 회의록에는 A군의 정신과 진료와 자살 시도 전력 등 A군 돌발행동의 원인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기록됐다.

A군은 학폭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의 아버지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7월에 열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도 청구를 기각했다.

이를 두고 귀를 기울여야 할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두 차례 위원회가 가장 손쉬운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잇따랐다.

무엇보다 1차 학폭위에서 아이들의 괴롭힘이 단순한 장난이 아닌 학교폭력으로 인정됐다면, A군의 극단적인 선택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A군의 아버지는 5월 20일 학교폭력을 신고했고, 이후 아무런 대응이 없자 재차 신고했다.

그런데도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의 적극적인 조사는 없었고, 경찰은 A군의 죽음을 단순 변사로 처리하는 등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군의 죽음 이후 경찰청이 파견한 학교폭력 전문 조사관 B씨의 합류로 수사가 본격화됐고, 경찰은 결국 '학교폭력이 맞다'는 결론을 냈다.

수사 도중 A군의 유품에서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쪽지가 발견됐는데, 이후 해당 쪽지는 A군의 아버지가 만든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B씨는 사전에 해당 쪽지가 가짜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수사팀에 알리지 않아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가 유서 위조나 묵인에 얼마나 가담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수사를 무마하려고 B씨에게 뇌물공여를 암시한 학교장 C씨도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C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살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손가락 2개를 펴보였다"는 B씨의 진술이 구체적이라고 보고 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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