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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위협 노출 일본 엔화가 오히려 강세인 이유는?

세계 최대 대외순채권국… '유사시 안전자산' 인식
"'유사시' 현재화땐 '안전자산 인식' 지속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일본 정부가 대피훈련을 하고 국제사회에 제재강화를 요청하는 등 정작 한국보다 더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정 국가가 안보위험에 노출되면 해당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의 엔화 강세는 이런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9일 새벽 6시 빈께. 달러당 109.20~30엔이던 엔화 환율은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엔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선 것.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기자 회견에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확인하자 엔화가치 오름세는 더 가팔라 졌다. 오전 7시께는 달러당 108.33엔까지 올라가 불과 30분 만에 환율이 1엔 이상 떨어졌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일본이 중대한 안보위험에 노출됐는데도 엔화가치가 오르는 상식을 벗어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외환시장의 상식이던 "유사시 달러화 구입"에서 "유사시 엔화 구입"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8월29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궤적[NHK캡처]
8월29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궤적[NHK캡처]

실제로 엔화는 작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돼 세계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99엔대까지 올라 "유사시 안전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일본은 국가재정이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인 데다 인구감소로 국내시장 축소가 우려되는 국가다. 그런데도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 핵위협 노출 일본 엔화가 오히려 강세인 이유는? - 2

NHK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이 세계 최대의 "대외순채권국"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채권은 작년 말 현재 약 350조 엔(약 3천500조 원)으로 2위 국가인 중국의 1.6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투자자들은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옮기려 한다고 지적, 엔화가 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국 일본의 통화인 엔화는 "신용"이 있는 데다 환금이 쉬운 "유동성"까지 갖춰 유사시 엔화에 "사자"가 몰린다는 것이다.

유사시 일본 기업과 투자가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을 엔화 자산으로 바꿔 국내로 들여오는 "리패트리에이션(본국환원)"이 일어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들은 유사시 남보다 먼저 엔화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일본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해외자산을 팔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엔화가치가 순식간에 달러당 80엔대 후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2번째 중요한 이유는 "엔화 케리거래" 환원이다. 투자가들은 국제정세와 세계경제가 안정돼 있을 때는 초저금리로 엔화를 조달해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에 투자하는 "엔케리 거래"에 적극 나서지만, 유사시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신흥국 등 고금이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축소해 엔화 자산으로 환원하는 쪽으로 움직여 엔화가치가 오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북한 정세가 긴박해지면 앞으로도 엔화는 계속 강세를 보일까.

아오소라 은행 시장상품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해 시장이 익숙해진 데다 이번에 일본 상공을 통과함으로써 '리패트리에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작용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선 엔화를 사도록" 설정해 놓은 알고리즘 거래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즈호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가가 일본에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엔화 구입에 나섰지만, 오름폭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일부 투자가 사이에서는 일본이 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엔화 구입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번에는 스위스 프랑화와 미국 달러화 매입도 일어난 것으로 보아 '유사히 달러화 구입'이라는 상식이 없어진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NHK는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그 토대가 되는 일본경제는 재정악화가 멈추지 않는 데다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 북한 정세가 더 악화해 "유사시"가 현재화하면 엔화에 대한 투자가들의 믿음이 계속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11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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