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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고픈 한국사회, 왜?

송고시간2017-09-08 16:48

8명의 인문사회학자 '향수 속의 한국사회' 출간

향수 속의 한국사회
향수 속의 한국사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리는 어머니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조미료를 쓴다는 걸 알고 있다. 어머니의 음식이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반드시 더 맛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곧잘 조미료가 안 들어간 것이 엄마가 집에서 만든 것 같다고 얘기하곤 한다.

박형신 교수는 흔히 '집밥', '어머니의 손맛'으로 표현되는 '음식 향수'가 음식 맛 자체가 아니라 이를 가장한 가족 감정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가족 공동체의 상실로 인한 감정적 허기를 채우고, 안주하기 힘든 현대사회의 낯선 시공간으로부터 심적 안정을 얻으려는 욕구가 어머니의 손맛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하는 향수화 과정을 거치면서, 때론 어릴 적 싫어했던 초라한 음식들까지 그리운 별미로 재탄생한다.

신간 '향수 속의 한국사회'(한울 펴냄)는 최근 한국사회 곳곳에서 확산하는 '향수 현상'을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박형신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교수, 정미량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창호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홍성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수남 고려대 강사, 김남옥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길태숙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등 8명의 인문사회학자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갖가지 향수 현상을 시대의 음울함을 드러내는 증후로 파악한다.

향수는 빠른 성장과 근대화 과정에서 폐기해버린 옛것에 대한 성찰적 감정일 수도, 견고한 과거를 불러와 현재의 존재론적 불안을 달래려는 욕구일 수도 있다. 여기에 지배 전략으로서 '영웅의 향수화'와 상업적 전략으로서 '향수의 상품화'가 끼어든다.

정미량은 최근 인기를 끄는 '교복 추억 여행'을 과거의 고통과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베이비붐 세대의 추억놀이로 바라본다. 어두운 과거의 기억을 순수한 학창시절의 원형에 대한 갈망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치환함으로써 만족과 위안을 구한다는 것이다.

홍성민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 배경이 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대중정치학의 담론으로 분석한다. 그는 "박정희 향수는 개발독재국가 시절 형성돼 새로운 시대에 여전히 잔존하는 감정구조"라며 "21세기에 적합한 감정구조가 아직 한국사회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김왕배는 1970년대의 생음악다방 '쎄시봉'이 대변하는 대중음악 향수를 분석하면서 복합적이고 불안한 사회적 조건으로부터 자신의 주체적 지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7080세대의 욕망을 읽어낸다.

길태숙은 애니팡 같은 복고적인 캐주얼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40대 이상 세대의 향수 감정과 연관돼 있다고 해석한다.

저자들은 향수 현상이 과거 지향적이고 현실 회피적이지만 긍정적인 요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향수는 과거로 채색되기는 하지만 현재 실현되지 않는 욕망에 대한 불만과 그것을 야기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미래로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320쪽. 2만9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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