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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악재'에 불안한 재계…북핵·사드·통상임금·한미FTA

송고시간2017-09-08 16:52

'빅2' 중국·미국 시장 '흔들'…임금 수십조원 추가부담 가능성


'빅2' 중국·미국 시장 '흔들'…임금 수십조원 추가부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최근 국내외적 악재들이 겹치면서 재계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라 안에서는 통상임금 확대 논란과 최저임금 상향 조정, 잇단 파업 움직임에 따라 일부 업종의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북핵 위기의 고조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움직임, 미국의 통상 압박 가중 등 여러 외적 불안 요인들이 동시에 몰려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경제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3대 위험 요인으로 한·미FTA 개정, 자동차 업계 파업, 북한 리스크를 꼽았다.

◇ 사드 피해 '눈덩이'…車 중국판매 반토막, 롯데 연 1조원 손실

우선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反韓), 반 한국기업 기류는 최근 한국 기업들에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모두 43만947대(현대차 30만1천277대·기아차 12만9천670대)로, 지난해 상반기(80만8천359대)보다 무려 52.3%나 줄었다.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판매 감소의 모든 원인이 '사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업계는 상당 부분 사드 갈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수개월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7월에도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7만17대(현대차 5만15대·기아차 2만2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11만1천21대)보다 37% 줄어든 규모다.

7월 중국 시장 점유율(4.3%)도 6월(3.2%)보다는 1.1%p(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12월(9.1%)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아래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지난주 이후로는 판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베이징현대)과 부품업체들 간 납품대금 지급 지연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지 공장 4곳이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합작한 베이징자동차(BAIC)가 합작법인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거나, 심지어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현대차와 한국 부품업체를 중국에서 밀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말 성주골프장을 국방부에 제공하면서부터 시작된 롯데의 '중국 고난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롯데마트의 중국 내 점포 112개 가운데 87곳은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천600억 원 규모 자금을 긴급 조달했지만, 그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최근 3천400억 원을 추가 수혈하는 등 중국 사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사드 갈등과 관련한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면, 연말까지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이마트는 사드 보복을 계기로 아예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태국 CP그룹과 현재 중국 매장 5곳의 매각을 협상 중이다.

'겹악재'에 불안한 재계…북핵·사드·통상임금·한미FTA - 1

◇ 한미FTA 재협상땐 車·철강 등 가격경쟁력 '뚝'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시장도 불안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한미FTA까지 완전히 폐기되거나, 재협상 과정에서 각종 관세가 부활할 경우 미국 시장 비중이 큰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자동차는 현재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FTA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6년 폐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시장에 한국 자동차는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한미FTA 폐기와 함께 2.5%의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경쟁력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미FTA'발 악재까지 겹치면 재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5만4천310대·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이 작년 같은 달(7만5천3대)보다 24.6%나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작년 8월(5만4천248대)보다 1.7% 적은 5만3천323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약 절반가량이 미국 현지 생산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물량인 만큼,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은 더욱 고전을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이 '3분의 1'(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을 차지하는 만큼, '한미FTA 폐기'는 위기를 겪는 현대·기아차, 더 나아가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철강업계도 한미FTA 재협상 등 미국의 전반적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 폐기나 재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통상임금·최저임금 변화로 인건비 부담 급증 우려

국내에서는 급격한 임금 인상을 뒷받침하는 판결이나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사건'이 지난달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였다. 재판부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소급 적용을 판결하면서, 앞으로 각 사업장에서 노조나 근로자들의 비슷한 통상임금 소송이 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전체 재계의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20조~30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13년 3월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당시 노동계가 주장한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를 최대 38조5천509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과거 3년간의 임금 소급분 24조8천억 원, 통상임금과 연동해 늘어나는 각종 수당(초과근로 수당 등)과 간접노동비용(퇴직금 등) 증가분 1년 치 8조8천억여 원, 퇴직급여 충당금 증가분 4조8천800억여 원을 합한 것이다.

비슷한 시점인 2013년 5월 한국노동연구원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과거 3년+향후 1년)을 최소 14조6천억 원에서 최대 21조9천억 원으로 계산했다.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뿐 아니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되면 약 22조 원, 고정상여금만 인정되면 약 15조 원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통상임금 갈등의 사회적 비용' 토론회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과거 3년간 노동비용 증가분을 10조5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정기상여뿐 아니라 기타수당까지 추가되면 증가분은 15조8천억 원까지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향후 1년간 추가될 노동비용은 6조1천억 원으로, 과거 3년 소급분(15조8천억 원)과 당해 연도 1년 치 증가분(6조1천억 원)까지 4년 치 노동비용 증가 규모를 22조 원 정도로 봤다.

통상임금뿐 아니라 최저임금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인상 폭(16.4%)이 2001년(16.8%) 이래 최고 수준으로 결정된 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갑작스러운 인건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전체 인건비가 15조2천억 원 더 들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모두 지켜질 경우,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2017년 대비)은 2020년부터 한 해 81조5천259억 원에 이른다는 게 중기중앙회의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올해 6천470원(시급)인 최저임금을 2018년 7천485원, 2019년 8천660원, 2020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 사드, FTA 등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임금 부담만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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