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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평양의 흉물’ 류경호텔 새 단장

송고시간2017-09-08 14:13

옥색 유리빛 피라미드… “내부 미완성·골조 불안” 지적도

평양에서 재단장해 공개한 류경호텔. AP_연합뉴스

평양에서 재단장해 공개한 류경호텔. AP_연합뉴스

‘평양의 30년 흉물’이라던 류경호텔이 외장 공사를 마쳤다.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 호텔 둘레에 세웠던 벽을 허물자 유리 같은 옥빛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위용을 드러냈다.

북한이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하루 전이자 정전협정을 조인한 날인 7월 27일이었다.

평양직할시 보통강구역에 있는 류경호텔은 초현대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피라미드 형태의 105층 건물로, 객실 수는 무려 3천 개, 건물 높이는 330m에 이른다.

20여 년 전 시멘트 골조 상태로 공사가 중단됐을 때의 모습은 흡사 하늘에서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를 떨어뜨려 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혁명의 수도’라는 평양의 이미지를 흐리는 대표적 흉물이 됐다.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수도’라는 뜻으로 평양의 옛 별칭이다.

평양 시민들도 이 건물을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 남쪽 손님들이 이 건물을 가리키며 뭐라고 물어보면, 애써 태연한 척 해야 했다. “뭐, 잘 되갔지요.” “글세, 공사를 좀 빨리 하면 좋은데….”

서방 관측통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2008년에는 미국 남성잡지인 에스콰이어가 이 호텔의 디자인과 공법을 가리켜 ‘사상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북한이 이 호텔 공사를 시작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이자 ‘영원한 수령’으로 불리는 김일성 주석이 살아 있던 1987년 8월이었다.

처음에는 프랑스와 합작해 1992년 4월 김일성 주석의 80회 생일에 맞춰 완공한다는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합작 파트너였던 프랑스 기술진이 북한의 공사대금 체불과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1989년 5월 철수해 버렸다.

이후 20여 년 동안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남겨졌던 류경호텔이 재기의 기회를 잡은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이었다.

에스콰이어지가 류경호텔을 가리켜 ‘거대한 실패작’ ‘유령의 피라미드’라고 부르며, “이 섬뜩하고 추악한 건물이 앞으로도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호언한 지 3년 만이었다.

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이집트 오라스콤이 투자자로 나선 것이다. 북한 당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해외 전주인 오라스콤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공사를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소요된 공사비는 총 4억5천만 파운드(약 6천600억 원)가량이고, 이중 상당액을 오라스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외부를 단장한 류경호텔이 언제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고 호텔이나 사무실로 쓰일지, 입주 예정자는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없다. 시멘트 골조 상태로 너무 오랜 기간 방치돼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캠핀스키 그룹이 2013년 류경호텔 맨 상층부 일부를 객실로 쓰려다 ‘시장 상황’을 이유로 철회했다는 말도 들렸다.

그러나 올해 4월 평양 려명거리에 7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등 여러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머지않아 류경호텔에 외국인 사업체의 간판이 내걸릴 수도 있다.

평양에는 려명거리 외에도 새 국제공항, 거대한 원자의 형태를 띤 건물이 있는 과학기술단지, 여러 휴양 및 교육 시설이 들어서는 등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서방 관측통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강진욱 기자 kjw@yna.co.kr

장재은 연합뉴스 국제뉴스부 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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