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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북한은 미국과 담판해 큰 틀의 현상 변경 원해”

송고시간2017-09-08 14:12

“체제와 이념 다른 남북, 공통의 이해 도출해야”

연합뉴스 월간 마이더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 김영대 기자

연합뉴스 월간 마이더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 김영대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대며 미국과 험악한 말폭탄을 주고받는 가운데 난데없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햇볕정책을 폈던 김대중 정권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일하다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는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미 간 말싸움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8월 23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라 교수를 만났다. 그의 얘기를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Q.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압박하는 형국인데 북한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긴장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서바이벌’ 즉, 정권의 생존을 위한 것이고, 궁극적 목표는 자기네 식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데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Q.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때문에 동북아 군사지형에 변화가 초래되고 있는데

A.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으로 큰 틀에서 현상을 변경하려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방 후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일정 시기별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이 번갈아 현상 변경 세력이 되기도 하고, 현상 유지 세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북한이 현상 변경 세력이다. 아마도 2000년대 어느 시점에 핵무기를 개발해 ‘핵 국가’를 자임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현 정세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Q. 북한이 큰 틀에서 현상 변경을 꾀하고 있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그 기류에 편승하거나 그 기류를 방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둘 다 아니다.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 사이에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남북한이 1972년 7.4 남북동성명에 이어, 2000년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보고 합의하는 것이다.

Q.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결과 폐기라는 2단계 해법을 추구하고 있는데

A.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심각한 문제지만, 여기에만 집중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바둑에서 상대방 집이 커 보이면 지는 것이라 하지 않나. 북한 핵무기만 보고 문제를 풀려다 보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영웅적 리더십만 키워주게 된다. 북한 정권의 취약성도 함께 보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Q.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까

A. 어느 선까지는 담판이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된다면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북한의 핵 무장력이 증대돼 자칫 북한과의 핵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평화적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Q. 앞에서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언급했는데

A. 김정은은 몇 년 전 북한 인민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 해놓고, 올해 신년사에서 능력이 부족해 제대로 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나. 북한은 늘 주민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외세 탓으로 돌리고, 그 외세와의 관계 개선을 못한 책임에서 회피하려 한다. 또 김정은 체제가 지향하는 것은 자기네식의 흡수통일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내·외부의 긴장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점을 잘 알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

Q. 북한식 흡수통일은 적화통일을 의미하나

A. 꼭 그렇지만은 않다. 또 북한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라기보다는 김씨 왕조체제라고 보면 사회주의화 또는 공산주의화를 의미하는 ‘적화’라는 말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북·미 담판에서 바라는 것은 미국이 여기서 나가는 것(미군철수)이다.

강진욱 기자 kjw@yna.co.kr

◇ 라종일 교수 약력

서울 출신으로 1963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78~1998년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으로 일하다 1999년 국정원 1차장, 2000년 9월에는 국정원장 외교특보를 지냈다.

2001~2003년 주영대사, 2003~2004년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 2004~2007년 주일대사, 2007~2011년 우석대학교 총장, 2011∼2016년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2016년∼현재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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