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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치학' 쓴 천재 페미니즘 이론가 케이트 밀레트 별세

1970년 박사학위 논문 '성 정치학'으로 페미니즘 '제2의 물결' 주도
1979년 생전의 케이트 밀레트(오른쪽)
1979년 생전의 케이트 밀레트(오른쪽)[A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성 정치학'(Sexual Politics)의 저자로 유명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여성운동가 케이트 밀레트(Kate Millett)가 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밀레트가 프랑스 파리에 잠시 체류하던 중 이날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밀레트가 1970년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성 정치학'은 1970년대 이후 이른바 페미니즘의 '제2의 물결'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출간되자마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책은 여성의 종속과 착취가 문화담론과 사회제도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파헤친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된다.

여성학계에서는 '성 정치학'이 이후 페미니즘 이론의 초석을 다진 중요 저작이라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 책은 역대 모든 페미니즘 저작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꼽힌다.

밀레트는 페미니즘 이론을 문학 연구에 적용한 최초의 학자로 평가된다.

'성 정치학'에서 그는 오랫동안 찬사를 받아 온 문학의 고전들이 여성을 모욕하고 공격하기 위해 섹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내재한 가부장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현재 겉으로 얼마나 조용한지와 상관없이 성의 지배는 우리 문화의 구석구석에 벤 이데올로기로 존재하며, 권력의 근본적 관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학과 문학, 여성주의 이론으로 무장한 밀레트의 '칼날'에 해부된 남성 작가들은 영국의 문호 DH 로런스와 헨리 밀러, 미국 전후 문학의 거장 노먼 메일러, 프랑스의 장 주네 등이 있다.

'성 정치학'이 출간되자마자 학계와 여성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페미니즘 작가이자 비평가였던 안드레아 드워킨은 "세계가 잠자고 있었는데 케이트 밀레트가 깨웠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밀레트를 다룬 기사의 표제로 "여성 해방의 마오쩌둥"이라는 타이틀을 뽑을 정도였다.

1934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난 케이트는 미네소타주립대를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 세인트 힐다스 컬리지로 유학해 석사를 마쳤다. 당시 이 학교에서 최우등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미국 여성으로 기록될 만큼 밀레트는 학업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였다.

케이트 밀레트의 문제작 '성 정치학' 표지
케이트 밀레트의 문제작 '성 정치학' 표지[아마존 캡처]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뉴욕에서 잠시 조각과 회화 분야에서 미술가로 활동하다가 1970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이자 첫 저서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인 '성 정치학'이다.

밀레트는 일본인 조각가와 잠시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지만, 곧 이혼하고 나중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선언했다. 이후 그는 양성애자라고 다시 성 정체성을 바꿔 커밍아웃했다.

그가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들어 타임은 1970년 기사에서 "모든 여성해방론자가 동성애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페미니즘의 목표들과 밀레트의 성 정체성이 충돌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천재로 꼽힐 만큼 뛰어난 학자이자 이론가로, 그리고 여성운동가로 활약한 밀레트는 생애의 상당 기간을 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 병동에 수차례 입원하는 등 고통을 받기도 했다.

수 차례 자살을 기도했던 밀레트는 정신 병동 입원치료의 비인간성에 반대하는 운동에도 투신, 고향 미네소타주의 관련 법규의 개정을 이끌어냈다.

2013년에는 여성학 연구와 여성의 지위 향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미 여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유족으로는 동성 연인인 소피 키어가 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07 23:2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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