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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연간 3천 시간·주 57시간 근무…사람이 견딜 수 있나?

부산·경남지역 조사 "한국노동자 평균보다 1천시간 많아, 살인적"
우정청 "우편업무 매년 적자 수천억, 보험·예금 수익서 전입…인력 충원·예산 행안부·기재부 권한"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전기 에너지 보급으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아동노동이 빈번하던 20세기 초 수준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직업이 2017년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우편집배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편집배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남지역 집배원들은 연간 3천 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리면서 초과근무 수당이나 휴식시간 등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역 노동단체인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최근 부산·경남 13개 우체국 소속 집배원 138명을 대상으로 집배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보면 집배원들의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57.1시간이었다. 우편 물량이 많은 폭주기, 설·추석 등 특별 수송기는 각각 64.9시간, 72.1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상시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노동시간은 2천977시간으로 매년 3천 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셈이다.

이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뤄진 1910년대 서구권 국가들의 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과 맞먹는 수치다.

비교 대상을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평균 노동시간은 물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했다는 전국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으로 바꾸더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888.5시간이었다.

경남 집배원들은 전국 평균보다 연간 약 100시간가량 더 근무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이다. 이와 비교하면 연간 약 1천 시간 정도나 더 일하는 것이다.

이들 통계만 보더라도 경남 집배원들은 '과로 사각지대'에 놓여 신음하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밖에 경남 집배원들의 초과근무는 일주일 평균 16.4시간이었으며 이들 중 76.9%는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채 일한다고 답했다.

또 86.4%의 집배원들이 일주일에 보통 4.4일간 점심시간에도 근무했다.

이들의 점심시간은 평상시 27.6분, 폭주기 23.2분, 특별 수송기 23.9분이었다. 휴식시간은 평상시 18.4분, 폭주기 12.5분, 특별 수송기 9.5분에 불과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노동단체는 넓은 면적, 가파른 지형 등 경남 지역 특수성과 택배 등 일거리 증가를 초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실태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김병훈 사무차장은 "이번 조사는 기존 조사와 달리 '점심시간 노동'까지 근무시간에 포함한 것으로 그 결과 부산·경남지역은 기존 조사보다 월평균 10시간 근무시간이 늘어났으며 다른 지역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부산은 고지대가 많고 경남의 경우 농촌과 산악지역 등면적이 넓은 지역적 특수성도 이 지역 집배원 초장시간 근로와 과로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물량이 줄어 전체적인 일감도 함께 줄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통계의 오류"라며 "집배원들에 의하면 우편 물량은 줄었으나 택배나 등기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증언이 많으며 이것도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집배원들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며 이에 따른 막말 논란이나 과로사, 자살도 속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최근 창원우체국이 질병을 앓는 집배원에게 강제 구역변경 명령을 내리고 막말을 퍼부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5일 서울에서는 서광주우체국 소속 한 집배원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적힌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목숨을 끊은 집배원을 포함해 올해 모두 11명의 집배원이 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 관계자들은 우편사업이 국가 공공서비스인 만큼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 부산본부 류기문 위원장은 "우편은 보편적 서비스로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만큼 흑자·적자를 논하며 인력·예산을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 때문에 우체국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집배원들은 수당 없는 주말근무 등 불합리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국가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나서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결국 인력 충원을 통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택배 물동량은 많아지지만 인력 충원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편은 공공서비스라는 이유로 금액마저 인상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인력 충원이나 예산 쪽 권한을 쥐고 있어 우리가 자체적으로 인력을 늘릴 수 없다"며 "특별회계가 아닌 외국처럼 일반회계 적용을 받으면 인력이나 예산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편 업무는 매년 적자만 수천억 나는 분야로 보험·예금사업 수익에서 일부 전입하는 형태로 손실을 메꾸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 등 발달로 택배는 매년 늘지만 요금 인상은 어려워 적자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home12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9/07 17: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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