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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ECC 건축가 페로 "을지로 지하보도엔 무한한 가능성"

송고시간2017-09-05 08:20

서울광장∼DDP 잇는 2.7km 활용방안 제시…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

"이대생 촛불시위가 ECC 건축물에 역사성 덧입혀 공공 공간으로 거듭나"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9.5.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2.7km는 지하보도로 한 번에 연결된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걸어서 40분이면 도심을 관통할 수 있는 지하보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983년 지하철 2호선 개통과 함께 뚫려 소공동·동대문 등 '영광의 1970년대'를 보낸 지하도 상가들을 하나로 연결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곳을 '지하공간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건축가가 주목했다.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64)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가 '을지로 지하보도'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가 몸담은 로잔공대와 이화여대 건축과 학생들의 공동 작업 결과가 오는 11월까지 이어지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전시된다.

5일 비엔날레 주요 전시장인 DDP에서 만난 페로 교수는 "밀도를 높이지 않고도 도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하공간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옆으로 퍼져 나가거나 위로 올라가는 개발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미래 도시는 수평-수직-지하가 하나로 엮여 발달해야 한다"며 "지하공간은 우리 세계를 다른 차원으로 확장해 줄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로잔공대·이화여대 학생들은 을지로 지하보도 2.7km를 100m씩 끊어 27개의 새로운 공간을 구상했다. 도서관, 상가, 푸드코트, 공연장부터 갤러리와 목욕탕까지 연속적으로 배치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지하보도를 둘러싼 공간 특성부터 꼼꼼히 분석했다. 장소의 본래 성질을 살리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무분별한 개발 없이도 지하공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페로 교수의 철학 때문이다.

서울광장이 지상-지하 연결하는 출입구가 된다면…
서울광장이 지상-지하 연결하는 출입구가 된다면…

도미니크 페로 교수의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과 이화여대 건축과 학생들이 구상한 을지로 지하보도 프로젝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공]

서울광장을 거대한 '출입구'로 만들어 지상-지하를 연결하는 청사진도 내놨다.

지하철·상가지구·서울도서관·서울시청을 모두 지하로 연결하고 덕수궁과 성공회 교회로도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페로 교수는 "사람들의 눈을 틔우고, 지평을 넓히기 위한 픽션(fiction·허구)의 하나로 제안한 것이지만 현실 가능성·경제성은 충분하다"며 "공간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주면 방대한 부동산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의 지하공간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이번 구상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페로 교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윤희 이화여대 교수는 "과거에는 한 건축물이 하나의 기능을 했는데 이제 다기능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을지로 지하보도를 다기능 공간으로 만들자는 게 우리 제안"이라고 말했다.

페로 교수는 신인 건축가 시절 도시 한복판 땅을 직사각형으로 깊이 파서 바닥에 광장을 만들고, 주위를 둘러싼 땅속에 도서관을 집어넣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설계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유럽연합(EU) 대법원 청사, 독일 베를린올림픽 자전거 경기장과 수영경기장을 설계하고, 서울엔 캠퍼스를 지하공간에 묻으면서 중앙에 거대한 '보행 계곡'을 낸 이화여대 ECC로 족적을 남겼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9.5. pdj6635@yna.co.kr

페로 교수가 생각하는 지하공간 활용
페로 교수가 생각하는 지하공간 활용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공]

서울을 종종 찾는 페로 교수는 지하보도 외에도 한강 노들섬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노들섬은 놀라운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 곳"이라며 "섬을 물에 발을 담근 거대한 빌딩이라고 생각하고 보행자·자전거·자동차·철도를 관통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카를 놓고 선착장을 지어 모든 이동수단을 결집하는 '슈퍼 허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이면 세워진 지 10주년이 되는 ECC에 대해선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로 건축물에 역사적 순간이 덧입혀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ECC 야외계단은 정유라 특혜입학 규명과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촛불시위 '중심지'였다.

그는 "ECC가 이화여대 캠퍼스의 공공 공간(public space)이자 심장이 되길 바라며 설계했다"며 "모스크바 붉은 광장·파리 샹젤리제처럼 어떤 곳이 공공 공간이 되려면 역사가 덧입혀져야 하는데, 학생들의 이번 시위로 ECC가 공공 공간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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