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한국 민주주의 바탕은 유교…서구 중심적 사고 깨야"

나종석 연세대 교수 '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출간
1987년 민주화항쟁 사진을 보는 광주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7년 민주화항쟁 사진을 보는 광주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아시아에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다. 개화기 일본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가 외친 탈아입구(脫亞入歐) 이론은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의 사상과 문물이 밀물처럼 들어오자 아시아의 가치와 문화는 근대의 대척점에 있는 전근대 혹은 전통으로 규정됐다. 서구적 근대와 아시아의 전통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대상으로 인식됐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일제의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에도 퍼졌다. 조선을 지탱한 이념인 유교는 구시대적 산물로 치부됐다.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를 수용한 한국에서 부자유친과 군신유의를 권장한 유교는 설 자리가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종석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신간 '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에서 유교와 민주주의가 상충하는 이념이라는 통념을 거부한다. 서양철학을 전공한 그는 오히려 한국의 민주주의는 유교라는 뿌리가 있었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나 교수가 책에서 내세우는 핵심 개념은 '대동민주주의'다. 대동세계(大同世界)는 유가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이곳에서는 천하가 공평무사하게 운영되고 대도(大道)가 행해진다.

저자는 숙종에서 정조로 이어지는 18세기 탕평정치로 인해 대동세계와 평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는 구한말 의병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유교적 정치문화와 유교적 문명주의는 일제강점기에 공화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독립국을 지향하는 민족해방 이념의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을 좇다 보면 학연과 지연 같은 폐쇄적 집단주의와 가족 이기주의를 낳은 유교에서 어떤 민주주의적 요소를 발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조선시대 학자들은 유교의 원칙을 지키고 유교적 이상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며 "분단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지식인들의 저항운동도 이런 바람직한 지식인상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선시대 유림이 임금에게 올린 집단 상소와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은 공히 선비정신을 매개로 한 광범위한 연대가 기반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은 지식인의 실천적 참여의식과 이를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인정하는 일반 사람들 사이의 연대성과 공유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저자는 멸사봉공(滅私奉公)과 국가주의적 충효를 강요하는 유교는 일제의 잔재라고 비판하고, 한국의 유교는 자기에서 출발해 제가, 치국, 평천하로 인의(仁義)의 윤리를 확장해 나가고자 했다고 규정한다.

저자가 이처럼 한국 민주주의를 분석하면서 유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서구 중심적 사고에 문제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구적 근대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양태는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와 제도를 치열하게 비판하고 성찰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해서 전통을 통째로 거부하고 자신을 폭력적으로 유린한 외세와 그 문명을 선진 문명으로 간주해 환호하는 것이 전통을 대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닐 것이다."

도서출판b. 1천56쪽. 4만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9 15:38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광고
AD(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