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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같지만 '디테일' 판단 다른 특검-법원…항소심 주목

송고시간2017-08-28 11:13

개별 현안 '명시적 청탁'·대통령의 부당한 직무집행 인정 안 돼

특검-변호인, 2심서 치열한 법리 공방 예상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결론에 이르는 세부 내용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의견과 일부 다른 판단을 보였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3차례 단독 면담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명시적으로 청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한 개입으로 인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 대표적이다.

비록 유죄 결론이 나왔지만, 일부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향후 다른 민·형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2심에서도 이런 부분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직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직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개별 현안에 명시적 청탁 있었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2차 독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유라 승마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승계 과정에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이를 수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어떤 개별 현안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독대에서 명시적으로 개별 현안에 관해 청탁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현안'으로 꼽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재판부는 "2차 독대 이전에 이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2차 독대에 앞서 만든 '말씀자료'에 승계 관련 내용이 담겼다는 특검 주장에도 이 자료는 인터넷 검색으로 취합한 것일 뿐 실제 삼성 현안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토대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7일 이 부회장 등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7일 이 부회장 등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합병은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 결과인가

특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 배경에 뇌물과 청탁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무죄를 판단하면서 합병 찬성 결정이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량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부정한 청탁 결과로 대통령의 직접적인 권한행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뇌물을 받고 그 대가에 해당하는 부정한 업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뇌물공여·수수는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일반 뇌물'로 분류된 승마 지원에 대해 "대통령 직무에 관해 공여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 행위와 대가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3자 뇌물'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선 '부정한 청탁'을 필요로 하는 이유만을 설명했다. 실제 뇌물의 대가가 지급됐는지는 유죄 성립 요건이 아니라고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자신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자신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안 해결은 이재용 사익 위한 것인가

특검은 합병을 비롯한 모든 '현안'이 대부분 이 부회장의 사익 추구 수단이었다고 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건넨다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면서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오로지 피고인 이재용의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승계작업은 이재용의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지는 지배구조 개편이 삼성그룹과 계열사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오로지 이재용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점은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완화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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