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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문 요약] 삼성 뇌물 인정 '묵시적 청탁' 근거는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지배력 강화 수단"…"박근혜, 자신의 영향력 인식"
[법원 판결문 요약] 삼성 뇌물 인정 '묵시적 청탁' 근거는 - 1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법원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배경에는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이 깔렸다.

삼성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 사업은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나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이 미칠 영향이 막대하므로 삼성은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바라고 아무 연관도 없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지원에 나섰다는 판단이다.

◇ 삼성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지배력 강화로 연결

27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삼성 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모두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와 연관된다고 봤다.

핵심으로 꼽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결과,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0%에서 약 16.5%로 상승해 그가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 주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 지분까지 합하면 약 1.4%에 불과했던 대주주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이 약 30.4%까지 오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분 취득을 위한 현금 출연 없이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또 합병의 결과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4.06%에서 바뀌진 않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 루트가 합쳐지고 짧아져 그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만의 지주회사에 머물지 않고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非) 금융계열사 중 핵심인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제일모직 주식 액면분할, 제일모직 상장 등의 사례까지 나열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이 부회장의 의결권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조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미전실 임직원들이 삼성물산 합병이나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관여한 것도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장 향하는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재판장 향하는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 "박근혜가 이재용 승계 작업 알고 있었을 것"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도 자신의 포괄적인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승계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의 승계 또는 3세 경영체제 문제에 관해 정부 내 금융·시장 감독기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심을 두고 보고서를 작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의 2014년 6월 20일자 업무일지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 모니터링'이라고 적혀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승계 문제를 주제로 한 보고서가 작성된 것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보고서가 민정수석에 의해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또 대통령이 거의 매일 국정원이나 경찰로부터 각종 현안이나 여론 동향을 보고받으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삼성의 승계 문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 와병 전후를 막론하고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점 등을 보면 대통령도 뚜렷한 개념은 아니더라도 개괄적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란 개념,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자신도 국정 총 책임자로서 승계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과 지위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삼성 합병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 사항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권한과 지위의 인식을 전제로 했다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평가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재용에게 일방적으로 거액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의 승계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권한과 지위에 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승마 지원의 대가성 인정

재판부는 이런 전제들을 바탕으로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에 나선 것은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승계 작업에 대해 대통령이 우호적 입장을 취하거나 부정적 입장을 취하지 말아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점에 관해 상호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 법률안이나 유리한 법률안의 입법에 관여하거나, 금융·시장감독 당국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대통령의 정유라 지원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데도 지원에 나섰고, 이 과정을 모두 은밀하게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s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7 22: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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