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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번엔 E형 간염 돼지고기 가공육이 문제인가

(서울=연합뉴스) 식품과 생활용품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살충제 계란과 화학물질 생리대 등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E형 간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유럽산 돼지고기 가공육 제품이 다시 시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 25일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고 있는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가 원료로 들어간 가공육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들 3사가 매장에서 철수시킨 가공육 제품에는 '청정 브랜드'를 자처하는 D사의 베이컨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고급 가공육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독일·네덜란드산 외에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 제품도 모두 매장에서 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모든 유럽산 비가열 식육 가공품에 대해 E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감염 우려가 제기된 유럽산 햄·소시지 제품에 대한 수거·검사를 시작하면서, 관련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일시 중단시켰다.

국내에서 E형 간염은 법정 감염병이 아니다.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 등을 먹고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기는 했으나 의료체계를 통해서는 환자 수와 감염경로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건강보험 진료 통계상 연간 1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 사슴 고기를 덜 익혀 섭취할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저절로 나아 치명률이 3%에 불과하나 임신부, 간질환자, 장기이식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치명률이 낮다고 국민이 안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 식품·보건 당국이 항상 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국민은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돼지고기 가공육이 E형 간염 확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영국 보건국(PHE)의 성과는 본받을 만하다. 외신에 따르면 PHE는 근년 들어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영국 내에서 급증한 사실에 주목하고,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감염자 6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생활 방식과 구매 습관 등을 정밀 추적했다. 그런 조사 과정을 거쳐 이들이 감염된 바이러스가 영국 돼지에는 없는 유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제의 바이러스가 외국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을 역학조사로 확인한 것이다. PHE는 이어 치밀한 추적을 통해 한 대형마켓 체인에서 판매한 네덜란드·독일산 돼지고기 소시지와 슬라이스 햄이 주범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별일 아닌 것으로 넘길 수도 있었던 국내 바이러스 감염 동향을 실마리로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벌여 E형 간염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확산을 차단한 셈이다. 한 나라의 보건당국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 열의와 전문성은 보여 줘야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식약처는 유럽산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수거·조사와 판매 중단 조치를 비교적 신속히 했다. 그 결과 흔치 않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전면 판매 중단도 이끌었다. 질병관리본부도 27일 E형 간염 실태를 조사해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영국보건국과 견주어 우리 당국의 대처는 아직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 부족한 듯하다. 즐겨 쓰던 제품 앞에서 망설이며 불안해하는 시민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어떤 조치를 해야 그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전시행정이 아닌 '감성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낙연 총리도 최근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직자한테 '설명의 의무'가 중요하다고 했다. 비슷한 취지였을 것으로 이해한다. 식약처 등 식품 당국은 이미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는 '보여주기 식' 행정으로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7 19: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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