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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유죄로 이끈 '치명적 한마디'…되짚어본 증언들

정유라 '깜짝출석'해 폭탄 발언…안종범·김종, 승마 지원 기억 풀어내
"이재용은 몰라·내 잘못" 삼성 경영진 주장 역부족…'제 발등' 해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구치소 재수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구치소 재수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데에는 사건에 등장한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뇌물을 받았다고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인 소환에 불응했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는 법정에 나왔지만, 주요 증언을 거부한 상황에서 주변 인물들의 진술·기억만으로도 퍼즐 맞추기는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유라
정유라

◇ '예측불가' 정유라의 폭탄 발언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치명타를 안긴 증인으로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꼽힌다.

삼성의 승마 지원을 받은 당사자인 정씨는 애초 증인 출석을 거부하다 입장을 뒤집고 지난달 12일 법정에 '깜짝' 등장했다.

정씨는 이 부회장과 자신의 모친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는 특검 측이 "어머니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살시도 말 이름을 바꾸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살시도는 삼성이 승마 지원 과정에서 맨 처음 사들인 말로,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삼성 소유로 등재됐는데 삼성 측이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는 취지다. '승마 지원의 은밀성'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정씨는 이때 처음 살시도가 삼성에서 사 준 말이란 사실을 알고, 최씨에게 '삼성에서 살시도를 구입하자'고 건의했다가 "그럴 필요 없이 그냥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9월 말 '비타나'와 '살바토르(살시도)'를 각각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한 것도 삼성 요구로 안다고 말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안종범 전 수석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안종범 전 수석

◇ 안종범·김종이 기억한 승마 지원 전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삼성 측이 2015년 6월에도 정유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 달 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에서 지원 준비가 다 돼 있는데 정유라가 애를 낳아서 지원을 못 하고 있다. 몸이 호전되면 바로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순방 때 박 전 대통령이 "비즈니스 포럼에 삼성전자 사장도 참석하느냐"고 물으며 "헤드테이블에 앉게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박상진 전 사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근거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삼성의 승마 지원 상황을 계속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삼성의 승마 지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점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2014년 12월∼2015년 1월 무렵에 삼성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씨와 관련됐음을 알았고, 2015년 3월∼6월께에는 대통령의 요구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음을 알았으며, 2015년 7월 이후에는 최씨 지원이 곧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 제공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 제 발등 찍었나…장충기의 진술 번복·최지성의 "내 책임"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유죄 심증을 굳힌 데에는 함께 기소된 삼성 전직 고위 임원들의 '진술 번복'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법정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2차 후원에 대한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그는 특검 수사 때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후 최지성 실장실로 저를 불러 청와대에서 받은 자료라며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안종범 수석에게서 자료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전 수석을 만난 시간과 장소는 답하지 못했다.

최지성 전 미전실장은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승마 지원 과정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회장이 알게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며 "문제가 되면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이재용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인 범행을 기획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해 가담 정도가 무겁다"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s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7 16: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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