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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 배고플때 먹고 슬플때 위로받는 가정 되길"

귀화한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27년 산 한국은 새 조국"
"2018년 무료 급식소 건물 계약 끝나…도움 절실"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성남=연합뉴스]

(성남=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신부님, 방금 저 할매 미친갱이라이께네. 저 할매는 밥 주지 마이소."

22일 오후 4시, 늦여름 뙤약볕이 쏟아지던 경기도 성남 '안나의 집' 노숙인 급식소 앞. 김하종(60) 신부의 곁으로 할머니들이 모여들어 소곤소곤 누군가의 흉을 봤다.

다갈색 눈망울의 김 신부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함께 수다를 떨다 급식소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제복이 아닌 앞치마를 두른 김 신부의 본명은 빈첸시오 보르도다. 195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198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1990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이 나라는 예수님이 주신 새 조국'이라는 믿음에 '하느님의 종'이라는 뜻으로 새 이름을 짓고 귀화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뇌사시 장기와 각막 기증을, 가톨릭대에 시신 기증을 서약했다.

외환위기가 몰아닥쳤던 1998년 성당 옆 작은 창고에서 문을 연 '안나의 집'은 어느덧 스무 살이 됐다. 2008년에는 불법 가건물을 벗어나 번듯하게 급식소도 지었다.

이제 여기서 주6일 끼니를 해결하는 노숙인이 하루에 500명이 넘는다. 급식소가 자리 잡는 동안 파릇파릇한 청년이었던 김 신부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는 "감사한 일"이라고 빙긋 웃었다.

김 신부는 얼마 전까지 밤잠을 못 이뤘다. '안나의 집' 건물 계약 기간이 2018년 만료되기 때문이었다.

"계약이 내년에 끝난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어요. 제가 올해 환갑이에요. 급식소 문을 닫으면 은퇴하고 쉬면 되지요. 하지만 여기서 식사하던 분들은 앞으로 어디서 밥을 먹겠어요?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복잡했어요."

일단 '안나의 집' 이사회는 지난해 9월 지금 건물 앞에 새 건물을 짓기로 의결했다. 오는 24일 오전 10시 30분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집전으로 신축 기공식 미사도 연다. 땅을 사들이고 건물을 짓는데 얼추 40억 원이 든다고 한다. 김 신부가 후원금 모집에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성남=연합뉴스]

김 신부는 결코 일자리가 없어서 노숙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어요. 너 때문에 노숙인이 생긴다고, 밥 주지 말라고. 그건 틀렸어요. 장애인 시설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생기나요?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 거지요. 노숙인은 심리적, 사회적, 육체적, 경제적 문제가 합쳐져서 노숙하는 거예요. 일거리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공동체로서 도와줘야 해요."

'안나의 집'은 가출한 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 일명 '아지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동상담 버스는 가출청소년들이 오길 기다리지 않고 직접 거리로 찾아 나선다.

"우리나라에 노숙인이 10만 명인데 가출청소년은 20만 명이에요. 제 고향인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에선 청소년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지만, 어떠한 계기로 마약이 널리 들어온다면 청소년 문제가 더 커질 거에요. 지금부터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을 붙잡아줘야 해요."

20년 뒤 '안나의 집'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냐는 질문에 김 신부는 아득하게 먼 곳을 바라봤다.

"가난한 사람이 없어져서 '안나의 집'이 필요 없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러긴 어렵겠죠. 이곳에서 배고프면 먹고, 아프면 치료받고, 슬프면 위로받고, 곤란한 일이 있으면 법률상담을 받고… 어려운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정이 되면 좋겠어요."

cla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3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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