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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합병 치욕의 날…독립운동가 후손이 '국치길'을 걷다

"이 더운날 남산까지 올라 나라 파는 문서에 도장 찍었다니…"
남산 통감관저∼조선신궁 터…내년 8월까지 역사탐방로 조성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걷는 '국치길'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걷는 '국치길'[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남산 중턱의 예장자락에 트럼펫으로 부는 느릿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경술국치(庚戌國恥)의 현장인 한국통감관저 터에 모인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독립운동가 후손 30여명이 경술국치 107주년인 22일 서울 남산에 남아있는 '국치의 현장'을 돌아봤다.

서울시는 아픈 역사를 담은 남산길 1.7km 구간을 '국치길'로 이름 붙인 역사탐방로로 조성해 내년 8월 개방할 계획이다.

탐방로의 시작점은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일 강제병합 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은 통감관저 터다. 이 조약은 일주일 뒤인 29일 공포되며 35년간의 일제강점기가 시작된다.

조약 1조는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절 통치권을 완전하고도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께 양여함"이었다.

전날까지 흐리고 비가 오더니 이날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었다.

국치길 걷기 행사에 참여한 한 독립운동가 후손은 "이완용이 이렇게 더운 날 남산까지 올라와 나라를 파는 문서에 도장을 찍었단 말이냐"고 한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윤봉길 선생 후손인 윤창규 동북아평화연대 고문은 "많은 사람이 일제에 해방된 날이 8월 15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라를 뺏긴 8월 22일을 잘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국치를 드러내는 것이 또 다른 국치를 겪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국치길 코스
국치길 코스[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치길은 강제병합 이후 조선총독부가 들어선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이어진다. 1921년 9월 전기수리공으로 변장한 26세의 김익상 의사가 잠입해 폭탄을 투척한 의거 현장이다.

국치길을 기획한 서해성 3·1 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이곳이 수학여행 1번지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나라가 어떻게 망했고, 어떻게 식민통치를 배울 수 있는지 생생하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일전쟁 승리를 이끈 노기 마레스케를 기리는 '노기신사' 터는 리라초등학교 교정 깊숙한 곳에 있는 데다 표석도 없어 '국치길'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만한 곳이다.

이 신사를 짓는 데 돈을 보탰던 조선인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청일전쟁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일제가 세운 갑오역기념비와 경성신사 터를 거쳐 일본인들이 남산에 조성한 한양공원 표지석까지는 한참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한양공원 표지석의 휘호는 고종 황제가 직접 썼다. 이 비석은 2002년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인근 풀숲에서 발견됐다.

국치길은 1925년 일제가 만든 신사인 조선신궁 터에서 끝난다. 당시 조선신궁은 서울 어디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건립됐다.

1945년 광복 후 일본인들은 한국을 떠나며 조선신궁을 불태웠다. 이 자리엔 남산식물원이 들어섰고, 지금은 서울시가 일반인 출입을 막고 한양도성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나라잃은 치욕'
'잊지 말아야 할 나라잃은 치욕'(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회영 선생 후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남산 예장자락 통감관저터에서 열린 국치길 조성 역사탐방행사에 참석해 사회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경술국치의 아픈 역사를 담은 남산길 1.7km 구간은 국권 상실의 현장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뜻으로 '국치길'로 이름 붙여져 내년 8월 개방된다. 2017.8.22
uwg806@yna.co.kr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걷는 '국치길'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걷는 '국치길'(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22일 오후 서울 남산 예장자락 통감관저터를 출발해 '국치길'로 조성될 구간을 걷고 있다.
경술국치의 아픈 역사를 담은 남산길 1.7km 구간은 국권 상실의 현장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뜻으로 '국치길'로 이름 붙여져 내년 8월 개방된다. 2017.8.22
uwg806@yna.co.kr

국치길 걷기에 참여한 황순모 선생 손자 황동현 씨는 "45년간 남산을 오르내렸지만 치욕적인 역사의 현장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고 있었다"며 "손주들, 식구들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 증손인 김용만 씨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계기가 된 경술국치 현장으로 남산이 다시 조명된 점이 뜻깊다"며 "독립운동을 기리는 활동이 그간 많지 않았는데, 역사의 한 조각이 다시 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걷기 행사에는 국회의원 중 유일한 독립운동가 후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우당 이회영 선생 후손이다.

그는 "부끄러운 역사를 잊고 살다가 이제 기억의 문을 연다"며 "건국 100주년이 이제 2년 남은 만큼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각오를 하면서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22 19: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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