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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병충해에 시름시름…농작물 관리 비상

송고시간2017-08-10 08:31

과일 일소 우려에 노심초사…토마토바이러스 번진 고추밭은 초토화

"저 사과는 병들었습니다"
"저 사과는 병들었습니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시청 공무원이 시내 한 사과밭에서 병든 사과를 가리키고 있다. 2017.8.10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무더위에 축산 농가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폭염이 지속하면서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축이 더위를 먹어 성장을 멈추거나 폐사하는 것처럼 농작물도 비슷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피해를 줄이려고 농작물에 물을 줄 때 특정 성분을 첨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축 사료에 영양제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 중가구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백승준(52)씨는 일소(日燒) 피해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폭염이 한풀 꺾이기를 빈다.

일소는 과실 표면이나 농작물 잎이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돼 화상을 입는 것이다.

화상이 생긴 부위는 썩기 시작하고 탄저병균 등 병충해가 몰려들어 주변 열매로 번진다.

농민들은 피해 열매를 바로 제거할 수밖에 없어 없는 일손에 일거리가 더 늘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친 지난해 여름에도 백씨는 사과밭(1만4천800㎡)에 일소 피해가 생겨 어려움을 겪었다.

수확한 사과 30%가량이 상품 가치를 잃어 주스 가공용 등으로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폭염이 이어지면 올해도 같은 일을 당할 것으로 우려한다. 어쩌면 작년보다 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힌다.

걱정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맨눈으로 봐도 나무에 달린 사과 10% 정도가 약한 화상을 입은 듯 정상이 아니다.

경북 북부 과수 농사는 초여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적과(열매 솎아내기)를 끝냈거나 진행 중인 6월 초 우박이 쏟아졌다. 방울토마토만 한 것도 있었다.

병든 사과
병든 사과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의 한 사과밭에 지난 6월 내린 우박을 맞은 사과가 자라고 있다. 2017.8.10

농민들은 우박을 맞아 깨진 열매를 대부분 따내고 상처가 덜한 것은 최대한 살려냈다.

하지만 상처가 성장 과정에서 아물지 않고 과일 표면에 그대로 남았다. 수확하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져 가공용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백씨 사과밭은 70%가량이 피해를 봤다. 주변 다른 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농민들에게 우박과 가뭄은 시련의 끝이 아니었다. 수확을 앞두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마을에 한숨만 가득하다.

백씨는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자식처럼 키운 작물이 떨어지거나 썩어들어가고, 말라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을 알기 힘들 것이다"며 "하늘이 하는 일이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소 피해뿐 아니라 고온에 오래 노출된 과일은 열매가 잘 자라지도 않는다. 우박을 맞지 않고 일소 피해가 없더라도 과일이 굵어지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안동시 풍산읍 서미리에서 밭 1만3천㎡에 고추 농사를 짓는 황현익(57)씨는 그동안 땡볕 아래서 공들인 것이 허사가 됐다고 한다.

최근 수확을 시작했지만, 수확량이 예년 25%에 그칠 것으로 본다.

평년보다 이른 6월 초부터 극심한 더위로 고추 생장에 영향을 끼치는 토마토바이러스가 번졌다.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바이러스가 번져 시들면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석회결핍증이 생기기도 했다.

예년에 2천700∼3천㎏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700㎏을 겨우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토마토바이러스는 황씨 고추밭뿐 아니라 주변 땅콩밭과 감자밭으로도 번졌다.

시든 고추 살피는 농민
시든 고추 살피는 농민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리 한 고추밭에서 한 농민이 시든 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2017.8.10.

땅콩과 감자는 뿌리 작물이어서 아직 전체 작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땅 위 줄기 부분 생장상태가 뿌리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풍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콩 농가도 긴장하고 있다. 파종을 시작한 6월 초 극심한 가뭄으로 싹을 제대로 틔우지 못하거나 생장이 더뎌졌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 꼬투리가 생기지 않거나 달리기 시작한 꼬투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은 더위가 끝나기를 학수고대한다.

자치단체들은 작물 종류별로 폭염 대비 관리요령을 주민에게 알리고 있다.

사과나 배, 복숭아 등 과일 일소 피해를 줄이려면 미세살수장치를 가동해 과수원 내 온도를 낮추거나 탄산칼슘 40∼50배액, 카올린 33∼66배액을 10∼15일 간격으로 뿌려줘야 한다.

고추밭은 한꺼번에 물을 많이 주면 질소와 칼륨 흡수가 늘어 석회 흡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을 조금씩 자주 줘야 한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폭염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작물에 따라 다른 만큼 지역별 농업기술센터 등 기관에 문의한 뒤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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