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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민주투사에서 만델라당 수치로…주마 대통령의 몰락

송고시간2017-08-09 09:31

불신임 투표 넘겼지만 지지세력 이탈…"정치생명 사실상 끝나"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부정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는 제이컵 주마(75)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8번째 불신임 투표에서도 대통령직은 지켜냈지만 지지 세력의 신임을 잃으며 정치생명이 위기를 맞게 됐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처음으로 비밀투표로 진행된 불신임 표결에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덕분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퇴진을 위해서는 전체 400명의 의원 가운데 과반에 해당하는 201명이 불신임에 찬성해야했지만 이날 표결에서 177명만 찬성표를 던져 퇴진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권당 일부 의원들조차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주마의 지지 기반은 더욱 약해졌다.

이날 dpa통신은 주마 대통령이 숱한 부정부패 의혹에 8차례 진행된 불신임 투표에서 매번 불사조처럼 살아남기는 했으나 이 과정에서 지지 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집권당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ANC당의 원로 의원들뿐 아니라 남아공 최대 무역협회 등 그의 지지 세력이 집권 기간 연이은 추문에 지쳐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의 흑백인종 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위해 싸운 민주투사로 존경받다 지난 3월 타계한 아메드 카트라다는 주마 대통령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주마 대통령은 여전히 ANC와 남아공 정보기관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권당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ANC 소속 한 의원은 그를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지도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7살에 ANC의 아파르트헤이트 저항 운동에 동참하며 일찌감치 정치권에 발을 들인 주마 대통령은 당시의 활동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만델라 전 대통령과 수감 생활을 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제이컵 주마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제이컵 주마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집권하면서 주마 대통령도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2007년 '만델라 당'인 ANC 당 대표로 선출되며 만델라의 후계자로 승승장구했다.

무기 사업권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과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여러 의혹 속에서도 그는 2009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주마 대통령의 첫 임기에는 남아공의 경제난이 심화하고 사회·노동계의 불만이 폭발했다. 2012년 광부들의 파업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34명이 숨졌고 남아공의 범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 번째 임기에 접어들면서 주마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더 떨어졌고 2014년에는 사저 개·보수를 위해 국고 수백만달러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지난해 말 인도계 유력 재벌인 굽타 일가가 연루된 비선 실세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그는 사퇴 압박에 시달려왔고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도 계속됐다.

지난 3월에는 갑작스레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자신의 측근을 후임으로 임명해 남아공 환율이 급락하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4명의 부인과 여러 명의 혼외자를 둔 그의 복잡한 사생활과 이런 생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남아공 제이콥 주마 대통령 퇴진시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아공 제이콥 주마 대통령 퇴진시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여러 문제에도 주마 대통령의 집권 기간 3차례 불신임 투표는 부결됐고, 한 차례 불신임 투표는 신임 투표로 수정된 뒤 가결됐으며, 다른 한 차례 불신임 투표는 철회됐다.

지난해 탄핵 표결과 두 차례에 걸친 당수직 박탈 시도도 이겨냈지만, 이 과정에서 지지 기반을 잃은 주마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학자 대럴 글레이저는 주마가 수차례 여러 위기에서 살아남았지만, 임기가 끝나는 오는 12월 퇴임을 앞두고 "오직 생존과 자신의 후계자를 대통령직에 앉히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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