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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염에 달아오른 바다…물고기 떼죽음·텅 빈 양식장

포항 어류폐사 극심한 수온변화가 원인…7월 말까지 차가웠다가 급상승
텅 빈 수조
텅 빈 수조(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영동수산 양식장에서 이병대 대표가 고수온으로 죽은 강도다리를 퍼내 텅 빈 수조를 가리키고 있다. 2017.8.8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오늘로 도다리 양식 다 접었습니다. 뭐 남은 게 있어야 키우든가 말든가 하지요."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에 있는 영동수산 이병대(57) 대표는 8일 갑자기 덮친 재앙에 망연자실하며 이같이 말했다.

영동수산은 동해안과 불과 70m 정도 떨어진 육상 양식장이다.

이곳에 바닷물을 끌어와 직원 4명과 함께 강도다리 치어 50만마리와 성어 10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별 탈 없이 물고기를 키운 양식장에 이상이 생긴 것은 지난 4일이다.

높아야 23도나 24도인 바닷물 온도가 갑자기 28도까지 치솟았다.

물고기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심초사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 다 키운 강도다리 5t이 죽어 나갔다.

그날부터 이런 현상은 매일 반복했다고 한다.

죽은 강도다리
죽은 강도다리(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영동수산 양식장에서 직원들이 고수온으로 죽은 강도다리를 퍼내고 있다. 2017.8.8

8일 오전까지 성어 10만마리 가운데 8만마리가 죽고 나머지 2만마리도 곧 죽어 나갈 판이라고 했다.

1년생 미만인 치어는 비교적 적응력이 강해 어느 정도 버티고 있지만, 고수온 현상이 지속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기자가 찾은 8일 오전 직원들이 죽은 물고기를 상자에 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33도 안팎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폐사한 물고기 5t가량을 모두 치웠다.

상자에는 파리가 달라붙었고 주변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죽은 물고기는 사료회사에 넘길 예정이라고 한다.

양식장 한쪽에서는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사 의뢰로 손해사정법인 직원들이 나와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었다.

피해 규모를 놓고 손해사정법인과 양식장 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승형(55) 영동수산 현장소장은 "물고기가 죽으면 15∼20%가량 무게가 줄어드는 것을 손해사정인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거기에 보험사 보상금액이 피해산정액보다 20% 정도 적고 개인분담금을 내야 해서 실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5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전체적으로 따지면 올해 피해액을 2억2천만원 정도로 추정하지만 받을 수 있는 돈은 1억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강도다리 떼죽음
강도다리 떼죽음(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영동수산 양식장에서 이승형 현장소장이 고수온으로 죽은 강도다리를 가리키고 있다. 2017.8.8

영동수산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50m 정도 떨어진 세부수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 역시 강도다리 30만마리를 양식하고 있는데 1년 이상 키운 성어를 중심으로 1만마리가 며칠 사이에 죽었다.

육지에서 25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피해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직원들은 네모난 상자에 죽은 강도다리를 모아 한 곳에 치워놓느라 바삐 움직였다.

박승배(52) 세수부산 대표는 "산소 강제 용해기를 설치해 작동해봐도 떼죽음을 막지 못한다"며 "이달 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마침 경북도의회 수산위원회 소속 도의원들과 경북도, 포항시 공무원들이 피해 상황을 파악하러 영동수산과 세부수산을 찾아 왔다.

이들은 서둘러 피해 상황을 파악했지만 당장 수온을 바꾸기가 어려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양식장 피해가 큰 것은 포항 일대 바닷물이 7월 말까지 냉수대 주의보를 발령할 만큼 차가웠다가 1주일 사이에 고수온 경보·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수온 변화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허필중 경북도 수산자원연구소장은 "동해안에서는 여름에 바닷물 온도가 높아 봐야 24도 정도였고 최고치가 26도였는데 최근 갑자기 29도까지 올랐다"며 "수온이 서서히 변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급변하는 바람에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북 동해안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는 지난해 처음 나타났다.

올해 다시 어류 집단 폐사가 이어지자 경북도는 현장대응반을 편성하고 죽은 물고기를 처리하며 복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고수온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물고기를 양식하거나 취수구를 조정해 적절한 온도 물을 끌어들일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식장 둘러보는 경북도의원
양식장 둘러보는 경북도의원(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세부수산 양식장에서 경북도의원들이 고수온으로 죽은 강도다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2017.8.8

sds1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08 16: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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