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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인가?

청정바다로 돌아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정바다로 돌아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실린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되면서 아름다웠던 바다는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충남 서해안 일대가 검은 기름으로 범벅이 됐고, 기름띠는 조류를 타고 전남과 제주도 인근의 섬까지 퍼져나갔다.

국내 최악의 유류 오염사고로 기록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다.

사고가 나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기름띠 제거작업에 나서면서 청정 해역을 되찾았다.

어린아이들까지 고사리손으로 바위에 낀 기름을 닦아내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다음 달 만리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라는 주제로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를 연다고 한다.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 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 외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공식 행사와 함께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 개관식 등이 성대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 '서해안'이라는 지명을 행사 명칭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태안과 서해안은 이미 기름 유출 사고의 대명사가 됐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태안 기름유출 사고'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포털 사이트에 '기름유출'을 검색하면 '태안'이 연관검색어로 나타난다.

사건의 가해자(삼성 혹은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사라지고 피해자만 부각된 셈이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1995년 7월 23일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앞바다에서 태풍을 피하려던 유조선이 좌초되면서 기름이 흘러나와 남해안 양식장 1만ha를 황폐화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는 이 사고를 유조선의 이름을 따 '씨프린호 사고'라고 부른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1989년 3월 24일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이 산호초에 부딪히면서 26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연어와 물개가 사는 청정 해역의 해안가 2천100㎞가 기름띠로 뒤덮였다.

이 사고의 명칭은 정유회사 '엑손(Exxon)'과 선박 이름인 '발데스(Valdez)'를 결합해 '엑손 발데스 사고'로 불린다.

반면 태안은 청정 해역을 되찾았음에도 수년 동안 적지 않은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도 일부 관광객은 "이제 깨끗한가요?" 라거나 "기름띠가 사라진 거 맞죠?"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할 태안과 서해안이 오히려 기름 유출 사고의 부정적 수식어가 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고, 청정 해역을 되찾았음을 알리겠다는 행사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처럼 뜻깊은 행사에 '서해안'이라는 지명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기자 한 명뿐일까?

태안 연포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안 연포해수욕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가 아닌 태안 기름유출 사고라는 명칭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가슴앓이를 한 태안의 고통을 되새겼으면 한다.

jkh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08 10: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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