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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역주택조합 추진 절차 까다롭게 한다

지구단위계획 사전자문 요건 강화 검토
지역주택보다 재건축·재개발로 유도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의 광고 차량
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의 광고 차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노원구의 주택가에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평당 1천200만원대' 분담금을 내세워 광고를 하고 있다. 2017.8.7 c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폐해가 날로 커지자 서울시가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으려 할 경우 지역주택조합보다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쪽으로 유도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주택조합의 지구단위계획 사전 자문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지구단위계획 사전 자문을 오남용 하는 측면이 있어 아파트 건설 예정부지의 80% 또는 95% 이상을 확보해야 사전 자문을 해주는 등 요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이란 특정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관리하기 위해 주택과 도로 등 기반시설의 규모·배치, 건축물의 용도와 높이를 정하는 일종의 '작은 도시계획'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제안 등을 바탕으로 수립된다.

지역주택조합은 보통 '지구단위계획 사전 심의·조합원 모집→조합설립 인가→사업계획 승인→아파트 착공→완공 후 조합 청산'의 절차를 거친다.

서울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해 아파트 건설이 예정된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서 소유주 사용 동의를 받으면 사전 자문을 해주고 있다.

사전 자문 이후에야 아파트단지 건립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진다고 볼 수 있다. 사전 자문조차 통과 못 하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무척 낮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사전 자문을 통과한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받은 것처럼 포장해 조합원을 모집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사전 자문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요건을 까다롭게 하면 그만큼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기대 수익은 낮아진다.

현재 재건축은 토지 소유자 75%의 동의를 받아야 조합을 만든 뒤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재건축·재개발이 차라리 낫다는 신호를 주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의 절차상 하자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된다"며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관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나 관할 구청이 지역주택조합을 통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전 단계에서 조합이 구청에 제출하는 서류가 없다 보니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행정력을 가할 권한도 없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다.

구청들은 관내에 지역주택조합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다가 계약금 환불 관련 민원이 폭주한 이후에야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연합뉴스TV 제공]

주택법이 개정돼 올해 6월 3일부터 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시군구청장에게 사업계획서, 토지확보 증빙서류 등을 내야 한다. 신고서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15일 안에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해당 지역 일간지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고 이후 조합원을 모집하도록 해 비공개 모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조합 탈퇴 및 비용환급 청구도 할 수 있게 개정했다.

그럼에도 일선 구청들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국토교통부에 주택법 개정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을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토지를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한 뒤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해야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양천구는 지역주택조합이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사전 자문 이후 조합원 모집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6월 3일 전에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거나 조합원 모집 공고를 한 곳은 이번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이미 수천만 원의 분담금을 낸 지금의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는 구제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법 개정을 앞둔 올해 3∼5월에는 강화된 법망을 피해 보려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의 조합원 모집 공고가 줄을 이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 전 갑자기 지역주택조합 추진위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법 시행 이후 뜸해졌다"며 "조합설립이 까다로워질 것 같으니 일단 조합원 모집부터 하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는 구청들은 '지역주택조합,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입하세요'라는 안내서를 배포해 대응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내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금 상승과 조합 내부 분쟁으로 인한 정신적 금전적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며 "토지 매입, 건축규모 변경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cho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07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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