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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년과 조선족] ⑤ "유목민적 공동체" 전망과 제언

"대표단체 결성하고 한글학교 늘려야" "동북3성 '기회의 땅' 변모"
"민단 조직력·애국심 본받을 필요" "재한 조선족 차별 해소돼야"

(베이징·도쿄·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전문가들은 동북 3성에서 중국 전역과 해외로 활동 무대를 넓히는 조선족 사회가 '유목민적 공동체'나 '미래지향적 동아시아인'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정주지에서 빠르게 현지화하는 차세대의 정체성 문제 등 새로운 과제와 관련해서는 조선족 사회의 대표 단체 결성, 주말학교 확대, 선배 동포단체의 노하우 활용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 중국 거주 조선족은 동북 3성이든 아니든 생활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바뀌었다. 도시 민족공동체로서 우리말과 전통문화를 잘 유지할 수 있는가는 민족의 사활과 직결돼 있다. 베이징, 칭다오, 다롄 등의 조선족 단체 중에 정부에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은 조선족기업가협회 정도이다 보니 다른 단체들은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전 세계 한인사회마다 존재하는 대표 단체인 '한인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선족연합회'가 만들어져서 모든 단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차세대에 우리말·문화·역사를 가르치는 주말학교 설립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유지 전승하는 한 조선족은 세계 어느 곳에 뿌리를 내려도 존속할 수 있다.

조선족이 밀집해 사는 지역에 '조선족 문화회관'도 설립해야 한다. '한글학교' '연합회' '기업가협회' '노인협회' '여성회' 등 조선족 단체들이 입주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최우길 선문대 교수
최우길 선문대 교수

◇ 최우길 선문대 교수 = 인구 이동으로 인한 농촌 마을 공동화, 자치주 인구 감소, 민족학교 급감 등으로 공동체 해체 위기설도 대두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대도시와 외국으로 나간 조선족 젊은이들은 빠르게 주류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베이징의 왕징거리, 칭다오의 청양지구, 선양의 서탑거리. 서울 대림동 등은 조선족이 동북 3성을 떠나도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새롭게 공동체를 형성했음을 잘 보여준다.

조선족은 지구화 시대에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유목민적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동북 3성도 개발열풍이 불면서 '버려진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단숨에 변경에서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에 자리 잡은 조선족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차세대를 제대로 키워낸다면 3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국내 대학과 해외 각지에서 새로운 조선족 엘리트들이 늘고 있는 만큼 부정적인 인식에서 탈피해 미래지향적인 동아시아 비전을 갖고 조선족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사이 노부유키 조선족연구학회 고문
가사이 노부유키 조선족연구학회 고문

◇ 가사이 노부유키 조선족연구학회 고문 = 재일 조선족은 이민 역사가 짧아 한국이나 중국 연해 도시의 조선족보다 경제적 기반이 약하지만 지식기반이 높은 게 강점이다. 한중일에 연고를 갖추고 있어 소통과 교류에 능숙한 '미래지향적 동아시아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차세대의 경우 빠르게 현지화되고 있어 정체성 상실 우려도 크다. 재일 조선족은 거주 역사가 오래된 재일동포 선배들의 경험을 참고해 공동체 건설에 활용해야 한다.

재일동포들이 오사카·교토 등에 세운 한국학교는 전통문화 교육에 심혈을 쏟아왔다. 문화가 민족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조선족 주말학교에서 차세대 교육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재일민단의 견고한 조직력과 애국심도 재일조선족 공동체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

◇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 = 한국에 체류 중인 70만 조선족은 다문화 개념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동포정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재한 조선족은 초창기에 대부분 단순노무직에만 종사했으나 이제는 학자, 전문가, 기업가 등 여러 방면으로 진출자가 늘어났다. 체류 규모와 경제적 역할 면에서 한국 이주민 사회의 중심적 위치에 있지만 체류 자격·교육·복지 등에서 상대적 차별을 받고 있다.

중도입국한 조선족 자녀가 3만 명을 넘는데 한국사회에 적응을 못 해 겉도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

재한 조선족 역시 한국사회의 구성원이고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정부에 세금도 내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등 동일한 일상을 산다. 이들이 공동체 주민으로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받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07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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