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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플랜] ⑮ 진양콩으로 빚는 구수한 제2의 인생

35년 '농협맨'에서 마을기업 사업가로 변신한 정용훈 씨
"세월이 깊이와 연륜으로 익어갈 때 삶의 가치도 깊어갈 것"
진양콩으로 빚는 제2의 인생
진양콩으로 빚는 제2의 인생 (하동=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하동군 옥종면 동곡마을서 장류 마을기업 '맛샘골 영농조합법인' 정용훈(63) 대표가 기업 내 장독대에 담긴 된장과 간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하동=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하동군 옥종면 동곡마을서 장류 마을기업 '맛샘골 영농조합법인'을 이끄는 정용훈(63) 대표는 요즘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의 묘미에 푹 빠졌다.

건강과 미래, 전통발효식품은 쉽게 접하는 말이지만 정 대표에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소중한 마을 주민들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매개체가 바로 콩을 이용한 발효식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서 35년을 근무하고 2011년 정년퇴직한 그는 1년여 만에 국산콩 가공상품을 생산하는 마을기업 사업가로 변신했다.

경남 사천에서 농협조합장을 지낸 부친의 권유로 농협대학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농협중앙회 본점과 농협공판장에 이어 진주·사천·남해·하동지역 지점 등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순수한 '농협 맨'이다.

그를 마을기업 사업가로 변신하게 만든 계기는 정년을 1년여 앞두고 운명처럼 찾아왔다.

장모와 처남 등 처가 식구들이 당뇨병, 암 등으로 숨지거나 앓아누웠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처가는 현재 마을기업이 있는 동곡마을에 있다.

아내의 권유로 정 대표는 처가로 이사했다. 농협 업무에다 처가의 농사, 가축 사육까지 도맡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간장 생산기계를 살펴보는 정용훈 대표
간장 생산기계를 살펴보는 정용훈 대표

정년 후 그는 농촌 생활에 적응하려고 경남도에서 주관하는 1년 과정의 귀농귀촌학교에 다녔다. 경상대 농업 최고경영자과정도 마쳤다.

농업 최고경영자과정 농산물가공반을 담당한 교수가 정 대표에게 자신이 개발한진양콩 재배를 권했다.

진양콩은 콩 비린내 성분인 리폭시지나아제를 제거해 생으로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일반 콩보다 항산화 활성이 높아 기능성 가공식품 소재로 많이 활용된다.

그는 논에 벼농사를 짓지 않고 대신 진양콩을 재배해 벼농사보다 4배 정도 많은 수익을 올렸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벼농사 대신 진양콩 농사를 제안했다. 처음엔 주민 반발이 심했다. "논에다 무슨 콩을 심느냐"며 대놓고 반대한 것이었다.

콩 농사 수익을 설명하며 수개월을 설득한 끝에 10여 명이 진양콩을 심었고, 수익이 더 늘어나자 모두가 만족했다.

정 대표는 공들여 생산한 진양콩을 재료로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2014년 마을기업인 맛샘골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맛샘골 영농조합법인 전경
맛샘골 영농조합법인 전경

당시 하동군에서 추진한 농촌개발 농가소득사업에 선정돼 받은 3억원에다 사재를 더 보태 공장을 지었다.

이 마을기업이 이젠 주민 화합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자랑했다.

법인을 세우며 조합원으로 가입한 진양콩 재배 주민 10명 모두 법인의 감사, 이사가 됐다. 당연히 맛샘골영농조합법인 감사, 이사라고 적힌 명함도 만들어 다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00댁', '00아버지', '000씨' 라고 불리던 주민들 명칭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평범한 시골 농사꾼에서 법인 이사·감사가 된 마을 주민들의 행동도 달라지고 말투도 바뀌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주민 사이에 믿음이 생겼고, 이는 곧 주민 화합으로 이어졌다.

경로당에서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던 사람들이 법인에 와서 된장을 담고 간장을 만들며 삶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함께 일하면서 서로 인정받고 돈을 벌며 살아가는 가치를 느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모습은 정 대표에게도 큰 보람이다.

이 마을기업 주력상품은 맛샘골 된장과 고추장, 맛샘골 간장 등이다.

고급 한식용으로 사용하는 재래된장과 고추장은 전통 방식대로 만드는 데다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차지고 구수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간장 역시 방부제, 색소 등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유의 깊은 맛을 자랑한다. 이 때문인지 한 번 먹어본 소비자로부터 재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맛샘골 영농조합법인 생산제품
맛샘골 영농조합법인 생산제품

마을기업의 운영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간 10t가량 생산해 8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마을기업은 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발효식품을 만들며 알차고 구수한 제2의 인생을 빚어가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 덕분인지 조합원 가입을 희망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정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내 생활을 위해 달려왔지만 마을기업을 운영한 뒤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봉사하며 주위 사람들과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행복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라며 "남들이 뭐라고 하던 자신이 행복하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빌어 온 글귀로 행복한 100세 인생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소개했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유이자 목적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다. 계절마다 꽃이 피고 초록이 붉은 단장을 해도 채울 수 없는 공허만 남는다면 산다는 이유를 잠시 망각해서다. 세월이 깊이와 연륜으로 익어갈 때는 삶의 가치도 한결 깊어 갈 것이다'

shch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8/05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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