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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만델라'…임종 앞둔 류샤오보에 서구언론 찬사

송고시간2017-07-09 17:13

수차례 중국 떠날 기회 있었지만 저항 선택…30년간 수감생활 반복

"후계자·대체 인물 없어…중국 개혁 희망 꺼져가"


수차례 중국 떠날 기회 있었지만 저항 선택…30년간 수감생활 반복
"후계자·대체 인물 없어…중국 개혁 희망 꺼져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당신은 우리 시대의 만델라입니다."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61)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에 해외언론들은 앞다퉈 중국 정부의 억압에 맞서 평생을 바친 그의 일생에 경의를 표하며 그의 일생이 갖는 의미를 조명했다.

류샤오보에게 띄울 격려 우편엽서들
류샤오보에게 띄울 격려 우편엽서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톈안먼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류샤오보가 다른 이들의 자유를 위해 대신 고통받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류샤오보는 우리 시대의 넬슨 만델라"라고 표현했다.

민주화운동을 이끌다 장기간 수감된 류샤오보를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다 27년간 수감된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비유한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우리(서구의)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보다 감방 안의 당신이 더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샤오보는 1980년대 미 컬럼비아대 객원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톈안먼 사건이 일어나자 중국으로 돌아와 반체제 인사로 부상했다.

그 무렵 류샤오보를 만났다는 크리스토프는 "당신은 종종 중국이 서구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했으나 솔직히 우리가 당신한테 민주주의의 개념부터 배워야 한다"고 평했다.

류샤오보는 해외로 도망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이를 포기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대학생들을 설득해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아냈지만 그는 그 대가로 친청(秦城)교도소에서 2년 가까이 복역했다.

그는 1996년 다시 '사회질서교란죄'로 3년간 복역하던 중에도 의료가석방으로 중국을 떠날 기회가 생겼지만 이를 또다시 거부하고 남았다.

이후 2008년 중국에 다당제를 요구하는 '08 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해 11년형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간암 말기를 판정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08년 6월 한 매체와 인터뷰하는 류샤오보의 모습. 그는 1년 뒤 국가전복죄로 수감됐다.

2008년 6월 한 매체와 인터뷰하는 류샤오보의 모습. 그는 1년 뒤 국가전복죄로 수감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류샤오보의 생명이 꺼져가면서 중국 개혁에 대한 희망도 죽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류샤오보의 '임박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세계는 '도덕적 위인'(moral giant)을 잃게 됐으며 중국 개혁을 위한 강렬한 소망도 사라지게 됐다고 평했다.

류샤오보의 친구인 랴오이우는 "류샤오보 덕분에 중국 역사가 멈춰 서지 않을 수 있었다"며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로 많은 사람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잊거나 해외로 떠나거나 생업에 종사하거나 심지어는 정부를 위해 일하게 됐지만 류샤오보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중국 정부의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류샤오보의 신념은 그가 198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옥에 들어가길 바란다면 어둠을 불평해서는 안 되고 반체제인사의 길을 걷는다면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임종 앞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임종 앞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선양·서울=연합뉴스)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1)가 임종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류샤오보의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병세가 악화해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듣고 밤을 새우며 병상을 지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라온 류샤오보-류샤 부부의 모습. 2017.7.7 [둬웨이 캡처=연합뉴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세상을 떠난 것과는 달리 류샤오보는 자신이 원하던 중국의 민주주의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류샤오보에 비견될 인물도 없고 뚜렷한 후계자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사회 분위기는 1980년대에 비해 더 경직됐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주변국도 경제 대국인 중국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후 중국은 노르웨이와의 교류를 7년간 끊었다.

이 때문인지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최근 류샤오보 건강악화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해 논란을 불렀다.

한편 류샤오보는 미국과 독일 의료진에게 해외치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중국에서 저항을 계속하겠다던 의지를 다지던 그가 해외치료를 바라는 이유는 아내인 류샤(劉霞·55)를 위한 결정이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1996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류샤오보의 반복된 수감생활 때문에 온전한 결혼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변치 않는 애정을 과시해왔다.

류샤오보는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 한 여자에게서 본다"고 표현했고 1996년부터 1999년 수감생활 동안 300여 통의 편지를 아내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류샤 역시 수년째 가택연금 상태에 놓인 상태다.

류샤오보의 한 친구는 BBC에 "류샤오보의 걱정은 자신이 죽고 난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냐는 것"이라며 "부인과 처남을 중국 밖으로 데려가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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