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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살해사건' 고민하는 검찰…공범 살인교사죄 적용 딜레마

송고시간2017-07-04 07:00

10대 "살인 지시받았다" 진술 외 증거확보 쉽지 않아

범행 전 찍힌 아파트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범행 전 찍힌 아파트 폐쇄회로(CC)TV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8살 여자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한 10대 소녀와 범죄 행위를 알고도 막지 않은 공범을 각각 재판에 넘긴 검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10대 소녀가 "사람을 죽이라"는 공범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법정에서 새로운 진술을 함에 따라 공범에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할지 고민하지만, 결론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고교 자퇴생 A(17)양의 공범 B(18)양에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B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양이 "B양이 사람을 죽이라고 했고 그런 지시를 받아들였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A양의 새로운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따져보며 기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B양에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하는 문제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과거 A양과 B양이 주고받은 삭제된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경찰과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결과, B양의 살인교사죄를 인정할 증거는 없었다.

범행 당일 B양이 자신의 범행 관련성은 경찰에 말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A양에게 부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가 최근 재판에서 공개됐지만, B양의 살인교사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검찰이 당시 재판에서 공개한 A양과 B양의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A양이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B양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엮일 일은 없나요'라고 물었고, A양은 '없도록 할게. 장담은 못 하지만 깊이 엮이지 않을 거야'라고 답했다.

B양은 '부탁해요. 지금까지 몇 번을 토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또 '경찰에서 연락 갈 일은 없겠지만 네가 전과 붙일 일은 없다고 장담할게'라고 재차 메시지를 전송했고, B양은 '미안해 이기적이라서'라고 답했다.

8살 초등생 유괴살해…시신 유기 공범 [연합뉴스 자료 사진]
8살 초등생 유괴살해…시신 유기 공범 [연합뉴스 자료 사진]

검찰이 B양의 죄명을 살인방조에서 살인교사로 변경하려면 A양의 진술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면 기존 수사과정에서 흘려 지나쳤던 각종 증거 중에서 A양의 새로운 진술을 뒷받침할 내용을 찾아야 한다.

A양의 증언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A양이 비록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지만,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고 재판에서도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등 사고 능력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재학시절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이큐가 140이 넘는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새로운 A양의 핵심 진술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살인교사죄를 적용하지 않으면 경찰과 검찰의 수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뒤늦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해도 재판에 넘기기 전에 왜 A양의 진술을 끌어내지 못했느냐는 결과론적인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A양의 법정 증언만으로 검찰이 B양에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증언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야 가능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의 법정 증언에 신빙성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새로운 증거를 찾는 방안까지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했다.

A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C(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신감정 결과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그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주제로 한 미국 드라마 '한니발'을 평소 즐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일 오후 5시 44분께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B양에게 훼손된 C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B양의 비공개 트위터 계정에는 지인이 대신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 4건이 올라왔다.

이 글들에는 '저는 지금 법정공방 중입니다. 지금 트윗들은 제 지인이 써주시는 겁니다. 혹시 렌님(A양의 닉네임)이 자신의 나이가 30살이라고 말한 걸 보셨거나 직접 전해 들으신 분은 이 트윗에 멘션(글)을 남겨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오후 열릴 A양의 재판에 앞서 일부 증인이 개인 사정으로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검찰의 구형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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