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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요" 2천400원때문에 직장서 쫓겨난 기사의 마지막 항변

호남고속 전 기사 이희진씨, 해고무효 소송서 최종 패소
"억울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내 생각과 달랐다"
성인을 학생으로 계산한 한 번의 실수가 인생 송두리째 흔들어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기대하고 있었는데 많이 아쉽네요. 어떡하겠어요. 법은 존중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너무 억울하긴 하네요."

50대 가장은 담배 한 갑 값도 안 되는 2천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간 정들었던 회사에서 해고됐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2천400원을 횡령해 전북 호남고속에서 해고된 버스 기사 이희진(53)씨의 기구한 사연이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는 최근 이씨의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하고 회사의 해고 징계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요금 2천400원 횡령 이유로 해고된 이희진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요금 2천400원 횡령 이유로 해고된 이희진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8년부터 호남고속에서 기사로 일한 이씨는 2014년 1월 우석대학교에서 서울남부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운행하며 승객 4명에게 받은 4만6천400원 중 2천400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는 성인 승객 4명에게서 받은 1인당 1만1천600원의 요금을 1인당 1만1천원인 학생 요금으로 계산한 것이다.

회사 측은 '운전석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운전원의 수익금 착복이 적발됐을 시는 금액의 다소(多少)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는 노사합의를 들어 이씨를 해고했다.

그러나 이씨는 "단순 실수로 돈을 부족하게 입금했고 설령 2천400원을 횡령했더라도 해고는 과도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납입액이 2천400원 부족하다고 해고한 것은 과도한 징계"라며 해고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씨가 2천400원을 입금하지 않은 것은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며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1심을 뒤집었다.

2심은 이씨가 승객에게 받은 요금 중 일부를 현금수납용 봉투가 아닌 운전석 왼편에 따로 보관한 점, 당시 탑승한 승객이 40∼50대 여성 등으로 일반 요금을 학생 요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점 등에 비춰 이씨의 행동이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횡령액이 승객 1인당 600원에 불과하지만, 버스 요금 횡령액은 기본적으로 소액일 수밖에 없으며, 회사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종업원 징계규정이 운송수입금 횡령에 대한 징계로 '해고'만을 규정한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이씨는 이번 확정판결에 쓴맛을 다셨다.

이씨는 "당시 신장 투석 때문에 점심시간에 투석하다가 마음이 바쁘다 보니 실수로 2천400원을 적는 걸 깜빡한 것 같다"며 "기사 생활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이 실수가 해고로 이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 똑같이 3번을 횡령한 다른 버스 기사는 정직 후 무슨 연유에선지 복귀했다"며 "이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일단 나는 횡령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당시 민주노총 강성 조합원이었던 이씨는 미운털이 박힌 터에 사측이 자신을 '타깃' 삼아 실수를 꼬투리 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2천400원 때문에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해고 후 법정 투쟁을 벌이면서 각종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이렇게 한 달 꼬박 일해 버는 돈은 많아 봐야 200만원 남짓.

어머니와 아내, 세 자녀 등 여섯 식구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말 그대로 아등바등 산다고 했다.

이씨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회사와 사회의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껏 떳떳하게 돈을 벌어왔고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내 생각과 달랐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몇십억, 몇백억 해먹은 사람들은 무죄 받는데 나는 뭔가 싶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를 떠나 어디든지 가고 싶다"고 했다.

sollens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30 10: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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