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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4대 쟁점]④ 시민이 최종 결정? 사회적 합의 '관건'

'신고리 5·6호기 중단' 찬반 극명 대립…"사회 전반 아우를 합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봉준 기자 =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의 중단 여부 결정을 시민의 손에 맡기기로 함에 따라 이제 공은 곧 출범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흐릿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흐릿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29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이 흐린 날씨로 인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2017.6.29
yongtae@yna.co.kr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일정 규모 시민 배심원단을 선정해 최종 결정을 맡길 방침이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중대한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일부 시민 배심원단이 아닌 국가 전반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무총리실은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 이틑날인 28일 공론화 작업 지원 절차에 착수했다.

총리실은 경제조정실을 중심으로 TF를 꾸려 공론화 작업 지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추리고, 15명 안팎의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특히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지 방식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설문조사와 TV토론회 등 공론조사를 설계하고, 최종 판단을 내릴 시민배심원단 선정과 표결방식 등 기준을 만들기에 무엇보다 '공정성 시비'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시민배심원단 최종결정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시민배심원단 최종결정(서울=연합뉴스) 27일 정부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27일 발표했다. 정부는 공사 일시 중단 시 일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공론화 작업을 보다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론화 기간 중 일시 중단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향후 공사 재개 및 완전 중단 여부는 시민배심원단이 최종결정할 계획이다. 사진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조감도 .2017.6.27 [한국수력원자력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총리실은 이해 당사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 국민적 신뢰가 높고 덕망 있는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10인 이내 위원을 선정할 계획이다.

총리실은 외부 단체들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전문가를 발굴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 단체 등은 즉각 환영 의사를 표시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등 반응은 극명히 엇갈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6·19 탈핵 선언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공론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공약대로 에너지전환위원회를 구성하기엔 시간이 걸리고 원전 건설이 진행되는 시급성 때문에 서둘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촉구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촉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 사무처장은 "이번 결정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탈원전 정책 전환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며 "3개월 간 원전 찬반 세력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경남·울산지역 6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핵부산시민연대는 더 나아가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하며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연대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은 문 대통령이 말한 탈핵 공약의 후퇴"라며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추진 여부를 국민에게 떠넘기지 말고 건설 중단·백지화를 선언한 뒤 탈핵 에너지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국무총리실이 행정명령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게 한 것은 법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요구하는 지역 주민
신고리 5·6호기 건설 요구하는 지역 주민[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책위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주민은 국가를 상대로 '건설공사 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나 '건설공사 정지 처분 취소소송'을 내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정부의 이번 방침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 등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한 뒤 공론화에 착수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원전 정책과 관련한 "고뇌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은 "여론재판식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대한민국 공동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 어느 것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국한해 합의를 추진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먼저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에 충분한 시간과 잘 고려된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국회 청문회 등 국가의 정상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적 토대가 약한 배심원단을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한 결정이 잘못되면 나중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배심원단을 그렇게 할 수 없어 이성적이고 합리적 결정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j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30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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