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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첩 임금님 수라상? 왜곡된 상차림법 바로잡아야"

한식학자 김상보, '한식의 도를 담다'서 고증없는 전승 비판
신선로
신선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온라인에서는 '한정식 논쟁'이 한창이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 '전통' 한정식이 조선에는 없던 상차림이라는 주장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부터다. 한식학자 김상보(67)도 신간 '한식의 도(道)를 담다'(와이즈북 펴냄)에서 "오늘날 궁중음식 전문점과 한정식 전문점의 터무니없이 호화로운 밥상은 (구한말) 요릿집 메뉴의 아류이지, 결코 정통 궁중음식이 아니다"라고 못 박는다.

책은 우리 음식문화의 역사적 근원과 변천을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5천 년의 밥상, 위대한 문화유산 우리 한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40년간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교수로 일하다 2년 전 퇴임한 저자가 평생 연구한 조선왕실 궁중음식이 주 논의대상이다.

저자는 우리 밥상문화가 밥과 국을 중심으로 검박했으며, 왕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소개한다. 1795년 정조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이를 보여준다. 정조는 밥과 탕, 조치(국물이 있으면서 밥 먹을 때 도와주는 음식), 침채(채소 소금절임) 등 기본 4가지에 찬 3가지로 구성된 수라상을 들었다. 주인공인 혜경궁 홍씨가 받은 2개의 상도 밥과 국, 조치 4종류, 침채 3종류, 찬 6종류로 구성됐다. 저자는 "가장 경사스러운 환갑날 올린 상이니 평상시에는 훨씬 축소된 검소한 밥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문헌으로만 따져도 '해동제국기'(1471) 때부터 400년 이상 지속한 상차림법이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거대한 교자상이 넘쳐나도록 차려낸 상차림을 '궁중 한정식' '정통 한정식'으로 알게 됐을까. 저자는 조선 후기 사회질서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작자 미상의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를 지목한다. 첩수를 정할 때 밥·국·조치·김치를 포함하던 것과 달리, '찬이 5가지이면 5첩반상' 이런 식으로 찬의 가짓수만으로 정하는 식으로 변질시켰다. 앞서 등장한 정조 수라상도 '시의전서' 식으로 해석하면 3첩반상에 불과하다.

저자가 겨냥하는 것은 "세태에 따라 변질된 한식을 구전으로, 고증 없는 조리법 위주로 전승"하는 움직임이다. 그는 제2대 조선왕조 궁중음식(무형문화재 제38호) 기능 보유자였던 황혜성(1920~2006)의 활동을 작심 비판한다. 정사가 아닌 '시의전서' 식 상차림을 우리 전통처럼 계승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조선 왕이 12첩 반상을 매일 들었다는 내용을 두고도 문헌적 근거나 자료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올바르게 적용하면 22첩 반상으로, 근검절약을 실천하고자 했던 조선 통치 철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저자는 "'시의전서' 식을 규범으로 삼아 우리 밥상 차림 규모를 기술한 모든 한식 관련서는 수정돼야 하고 교과서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왜곡된 밥상차림법은 외식산업과 그릇 제조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일갈한다.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식생활에서도 과함을 경계했던, 우리 한식의 정신인 '음식지도'(飮食之道) 회복이다.

328쪽. 1만9천 원.

"12첩 임금님 수라상? 왜곡된 상차림법 바로잡아야" - 2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9 08: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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