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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 에어컨 설치 '갑론을박'…"관리비 누가" vs "야박하긴"

송고시간2017-06-27 15:51

폭염 속 설치 잇따라…개인 기증·만장일치·주민투표 백태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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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이 폭염에 경비아저씨들은 어떡하라고", "가뜩이나 비싼 관리비가 더 오를 텐데"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추진하는 아파트가 잇따르면서 온갖 백태가 벌어진다. 온 주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에어컨을 설치하는 곳도 있고, 일부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도 나온다.

이달 중순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서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전단 수십 장이 발견됐다.

전단에는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큰 아파트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해주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주민의 이름으로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달 초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고 방침을 세우면서 이런 전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5평 남짓한 좁은 경비실의 한여름 내부 온도는 40도까지 올라가지만, 에어컨이 없으면 경비원들은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식혀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27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여름이면 경비실이 한증막 같아서 안에 있을 수가 없다"며 "경비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말 주민투표를 해 과반이 넘는 찬성 의견에 따라 13개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를 결정했다. 에어컨 설치에 찬성한 주민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민 박모(68)씨는 "여름에 얼마나 더운데……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게 맞다"며 "경비원 아저씨들을 배려해줘야 한다. 관리비가 얼마나 오른다고 반대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비아저씨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이자 소중한 인간이다.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가운데 있는 경비실에 에어컨 한 대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전단이 단지에 붙기도 했다.

하지만 30% 가까운 주민은 관리비 인상 이유 등을 들어 반대했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 B(70·여)씨는 "우리 집도 에어컨 없이 지내는데 경비실에 왜 굳이 필요하냐"며 "낮에는 그늘에 앉아 있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많이 나온 만큼 계획대로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에어컨 설치를 위한 입찰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비실 에어컨 반대' 전단 [네이버 카페 캡처]
'경비실 에어컨 반대' 전단 [네이버 카페 캡처]

이처럼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두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린 곳이 있는가 하면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으거나 주민이 직접 에어컨을 기부한 아파트도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두고 주민 108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전원 찬성으로 나와 이르면 이달 중 에어컨이 설치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투표 형식은 아니었지만 아파트 감사가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100% 찬성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주민이 관리비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반대는 없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 김윤중(79)씨가 "치매에 걸린 아내의 말동무를 해주고 산책을 시켜준 경비원분들에게 감사하다"며 경비실에 설치할 에어컨 5대를 기증했다. 이 아파트는 이 일을 계기로 주민회의를 열어 환경미화원 휴게소에도 에어컨을 설치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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