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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끌리는 쥐가 있다…원인은 기생충

신간 '숙주인간'
고양이에게 끌리는 쥐가 있다…원인은 기생충 - 1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고양이 기생충'으로 불리는 '톡소플라스마곤디'(T.곤디)는 고양이 몸으로 들어가야 유성생식을 할 수 있는 기생충이다. 고양이는 나중에 이 기생충을 배설물로 배출하는데 먹이를 찾아 땅을 뒤지다 고양이 배설물에 접촉한 쥐들이 감염되곤 한다.

감염된 쥐들에게선 고양이 오줌 냄새에 끌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T.곤디가 쥐들의 신경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냄새에 매료된 쥐들은 냄새를 따라 포식자인 고양이 앞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양이는 눈앞에 나타난 쥐를 잡아먹고 T.곤디는 다시 고양이 몸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번식을 위해 T. 곤디가 쥐를 조종한 셈이다.

신간 '숙주인간'(이와우 펴냄)은 이처럼 숙주들을 조종하는 작은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캐슬린 매콜리프는 우리의 마음이 생각보다 온전히 우리의 통제 아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생생물의 세계를 흥미롭게 전한다.

원형의 거미집을 짓는 거미인 열대 오브위버 거미(tropical spider)는 기생 말벌에 조종당한다. 말벌은 이 거미의 복부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거미의 복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체액을 빨아먹고 화학물질을 주입한다. 그 순간부터 거미는 유충을 위한 거미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때 만드는 거미집은 원래 거미집과는 다른 모양으로, 포식자로부터 유충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을 물에 빠지도록 하는 기생생물도 있다. '메디나충'이란 기생충의 유충은 물벼룩에 기생하는데 이 물벼룩에 오염된 물을 통해 사람 몸으로 들어간다. 물벼룩은 위산에 죽지만 기생충은 살아남는다. 성장한 메디나충은 발이나 종아리로 내려오고 1년 정도 지나면 유충을 임신하고 피부 쪽으로 이동한다. 이때 기생충은 스스로 산을 분비해 사람의 피부에 물집을 만든다. 염증으로 화끈거리는 느낌을 참지 못한 사람은 물에 다리를 담그러 가게 되는데 물을 감지한 암컷 기생충은 피부를 뚫고 나와 어린 새끼들을 입으로 토해낸다. 생각만 해도 징그러운 이 기생충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20개국에서 350만 명을 감염시켰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기생생물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 중 'T.곤디'에 감염된 인간이 일반인들보다 많다는 점에서 T.곤디가 조현병 발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역겨움'(disgust)이란 감정 역시 기생생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는 주장과 감염 취약성이 문화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찰 결과도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기생생물의 세계는 흥미롭고 신기하지만, 책은 다소 기생생물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초반부에는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소개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할지도 모른다'라는 식의 가설에 그치는 내용이 많다.

저자 역시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공정하게 바라보려 애썼지만 기생생물에 경외심을 갖게 됐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이들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기생동물이 마음을 조정하는 놀라운 능력이나 사람과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경로 등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생동물 연구가 인간에 대해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성훈 옮김. 352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7 11: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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