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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난민 2만5천명 '컨테이너 도시'…곳곳에 에르도안 벽보

터키정부 "이만한 캠프 어디에도 없다" 선전…"국제사회, 쥐꼬리 부담" 지적
난민 93%는 캠프 밖 생활…'손님'이라지만 차별, 아동노동, 학대 만성화
난민 2만5천명 '컨테이너 도시'…곳곳에 에르도안 벽보
난민 2만5천명 '컨테이너 도시'…곳곳에 에르도안 벽보(카흐라만마라시<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라마단 바이람(아랍권의 이드 알피트르에 해당) 명절을 앞둔 이달 22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카흐라만마라시 난민캠프 전경. 곳곳에 에르도안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담은 대형 벽보가 붙었다. 벽보에는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는 문구가 터키어, 영어, 아랍어로 쓰여 있다. 2017.6.27

(카흐라만마라시<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카흐라만마라시(Kahramanmaras) 도심에서 20분가량 차를 달리자 허허벌판 가운데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컨테이너시티'가 형체를 드러냈다.

캠프의 중앙 대로 양방향으로 난민의 거주공간인 컨테이너가 2층 구조로 줄지어 뻗어 있었다.

터키정부가 이례적으로 외신을 대거 초대해 내부를 공개한 카흐라만마라시 난민캠프는 최신 '컨테이너시티'형 캠프다.

종전 대형 난민캠프가 뼈대에 천막을 씌운 '텐트 캠프'인데 비해 컨테이너시티에는 모든 가구가 컨테이너 주택이다.

컨테이너마다 깔끔한 개별 욕실과 개수대를 갖췄고, 가구별 공간이 분리돼 프라이버시 보호도 개선됐다.

27일 난민 지원 주무 기관인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터키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캠프 23곳 가운데 최근까지 7∼8곳이 컨테이너시티로 조성되거나 재단장했다.

카흐라만마라시 캠프에는 5천800개 컨테이너주택에 시리아인 1만8천500여 명과 이라크인 5천300여 명이 산다.

난민에 지급되는 생필품 구입 바우처카드
난민에 지급되는 생필품 구입 바우처카드(카흐라만마라시<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달 22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카흐라만마라시 난민캠프 안 슈퍼마켓에서 한 난민이 '크즐라이카드' 포스터 옆을 지나고 있다. 크즐라이카드는 생필품 구입비와 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도록 난민에게 지급하는 바우처카드의 일종이다. 포스터 하단에 자금을 지원한 주체로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일본, 쿠웨이트, 스웨덴이 표시돼 있다. 2017.6.27

컨테이너시티 중앙 대로에 서면 여기저기 붙어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형 벽보가 먼저 방문객의 눈에 들어온다.

에르도안 대통령 부부의 얼굴 옆에는 국제사회의 무심함을 질타하듯 터키어, 영어, 아랍어로 "이것은 양심의 문제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메흐메트 할리스 빌덴 AFAD 청장은 이달 23일 오스마니예 난민캠프를 방문한 외국 취재진 앞에서 "우리는 난민을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고, 치료하는 데 지금까지 250억달러(약 29조원)를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럽연합(EU)은 터키와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하면서 약속한 자금 60억유로 가운데 지금까지 16억유로(약 2조4천억원)만 집행했고, 유엔(UN)이 지원한 금액은 5억3천만달러(약 6천억원)뿐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앙카라에서 만난 메흐메트 아카르자 언론정보청(BYEGM) 청장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떠드는 나라들이 터키에 집행한 재정 기여는 '낙타의 귀'('쥐꼬리'에 해당하는 터키 표현) 정도"라고 꼬집었다.

"모든 집이 다 똑같아요"
"모든 집이 다 똑같아요"(오스마니예<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달 23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오스마니예 난민캠프의 컨테이너주택 2층에서 난민 아이가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AFAD는 카흐라만마라시·오스마니예 난민캠프를 안내하면서 컨테이너시티는 모스크, 학교, 직업훈련장, 진료소, 대형 슈퍼마켓, 회의장, 스포츠 시설, 오락공간 등 생활시설을 두루 갖춰 이름 그대로 하나의 도시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빌덴 청장은 "전세계 어디서도 이런 수준의 난민캠프를 본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컨테이너시티가 여건이 낫다고는 해도 지역사회에서 격리된 채 자유를 속박당하는 수용소의 삶이라는 점은 여타 캠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캠프 곳곳에 세워진 망루에는 경비원이 보초를 서고, 간간이 총기를 든 무장경찰부대(잔다르마)도 눈에 띄었다.

캠프 내 학교는 수니파 이슬람 교육을 강조하기에 기독교 난민이나 중동 소수민족은 사실상 배제된다.

난민 대부분은 어렵게 살더라도 캠프 밖을 선호한다. 터키 내 난민의 93%인 325만명은 지역사회에서 셋집을 얻어 산다.

"국제사회, 지원약속 이행 너무 느리다"
"국제사회, 지원약속 이행 너무 느리다"(오스마니예<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달 23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오스마니예 난민캠프에서 메흐메트 할리스 빌덴 재난위기관리청(AFAD) 청장(왼쪽 서 있는 남성이 '컨테이너시티'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장애인 입주자를 위해 입구에 설치한 경사로가 보인다. 2017.6.27

난민 350만명이 단기간에 유입되는 상황은 동질성이 강한 한국사회로서는 상상조차 어렵다.

다민족국가인 터키에서도 차별, 노동 착취, 아동노동, 조혼(早婚), 아동학대 등이 난민을 둘러싼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난민 아이들에게 터키에 살면서 힘든 점을 물으면 으레 '터키사람들이 우리를 멸시하고 싫어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2013년 알레포를 탈출해 터키 안타키아에 사는 무함마드(15)는 연합뉴스에 "길을 걸어가면 뒤에서 터키 어른들이 '난민 자식'이라고 저주(욕)를 하곤 한다. 터키말을 못해도 그들이 욕을 한다는 건 다 안다"고 말했다.

터키정부 관계자들은 시리아난민의 처우 개선이나 사회통합 노력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난민을 '손님', '전쟁 희생자'로 대우한다"며 차별이나 갈등 우려를 반박했다.

다만 교육통계로 확인되는 난민아동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빌렌 청장은 "중등교육, 특히 여자청소년의 취학률이 극도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리아난민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에는 오래 같이 놀아요"
"다음에는 오래 같이 놀아요"(카흐라만마라시<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달 22일 터키 남부 카흐라만마라시 난민캠프에서 아이들이 취재진을 환송하고 있다. 2017.6.27

tr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7 06: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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