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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달인 메르켈의 '신의 한수'… 때를 기다린다

사민당 슐츠 "메르켈이 민주주의 공격" 발언 논란 증폭
메르켈 상대않기 전략에 슐츠 불만, 공감얻을지 미지수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비대칭적 탈동원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난데없는 용어 등장에 독일 언론이 말 풀이까지 하고 나섰다.

'내가 독일의 새로운 총리가 되어보겠다'라며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도전장을 낸 사회민주당의 마르틴 슐츠 당수가 25일(현지시간) 이 난해한 용어를 끄집어냈다.

슐츠는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메르켈 총리가 9월 총선을 위한 강령도 제시하지 않은 채 주요 의제에 침묵한다면서 베를린의 메르켈 책사들이 이를 두고 '비대칭적 탈동원화' 전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자신은 그러나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겠다며 "가장 위험한 것은 권력의 오만"이라고 메르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말한 비대칭적 탈동원화를 투박하게 요약하면, 논쟁적 의제를 피해서(비대칭적) 정치적 반대파의 잠재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는 것을 봉쇄(탈동원화)하겠다는 술책이다.

슐츠가 꺼낸 이 선거기술은 사실 연원이 있다. 주로, 직전 2013년과 2009년 총선 때 기민당과 메르켈을 두고 정치학자들이 더러 했던 지적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2기 집권 성공으로 마무리된 2009년 총선 때 투표율은 70.8%로서 역대 최저였다. 이어 2013년 71.5%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고, 그때 메르켈의 기민당(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 포함)은 통일원년인 1990년 43.8% 이래 최고인 41.4%의 지지를 받았으며, 메르켈은 3기 집권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사민당은 2009년 23.0% 득표에 그쳐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도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25.7% 지지율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비대칭적 탈동원화니,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니 하는 메르켈을 향한 슐츠의 비판은 온전한 진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민-기사당 연합에 15%포인트 안팎 지지율이 뒤진 사민당의 슐츠가 메르켈과의 일대일 전선에 불을 붙이려고 '도발'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따르기 때문이다.

메르켈 vs. 슐츠(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르켈 vs. 슐츠(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슈피겔온라인은 26일 독자 모닝브리핑에서 '메르켈이 누구를 탈동원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곤 일단은 비대칭적 탈동원화가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나중에) 현명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은) 침묵이 필요하다'라는 메르켈의 언급을 들고선 "어떤 이는 탈동원되지만 어떤 사람은 스스로 동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슐츠는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정리되거나 호전될 때까지 관망하기, 침묵하기, 적절하다 싶을 때 상황을 장악하기는 메르켈 정치의 주요 특징으로 자주 거론된다.

기민, 기사당의 반격도 쏟아졌다.

메르켈과 함께 당을 상징하는 얼굴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을 6개월 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비꼬았다. 사민당은 수개월 전부터 총선 의제를 생산하며 기민당에 줄기차게 논쟁을 걸었지만, 기민당이 내내 회피하여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어, 사민당이 서민 감세를 말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저기서 세금이 오른다"면서 "유권자를 바보로 취급한다"고 힐난했다.

페터 타우버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떨어져 좌절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절제해야 마땅하다"라며 슐츠의 메르켈 공격이 과도했다고 꼬집고 "민주주의자들이 다른 민주주의자들에게 민주주의 공격자라고 비난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아르민 라셰트 부당수는 "그런 해괴한 주장이 슐츠의 좌절감을 보여준다"고 일갈했고, 기사당 당수인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주총리는 "슐츠가 평상심을 잃은 듯하다"라고까지 말했다.

언론의 냉정한 분석도 잇따랐다.

대중지 빌트는 메르켈이 민주주의를 공격한다고 한 슐츠의 비판은 정상을 벗어난 무리수라고 했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말을 좀 다듬어서 다르게 공격했어야 했다며 약간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슐츠는 지난 1월 말과 2월 초, 당시 당수로서 총리 후보로 유력했던 지그마어 가브리엘 현 외교부 장관을 대체한 신성으로 등장하여 당과 개인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이내 추락을 거듭하며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결국 '슐츠를 택하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가'라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믿음직하고도 선명한 대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로 그 점에서 독일에선 모두가 메르켈의 승산을 더 크게 보지만, 아직 총선까지 시간은 제법 남아있다는 미디어들의 첨언도 여전하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슐츠가 출현하여 초기에 지지율을 끌어올렸을 때 '슐츠 효과'라는 반짝 조어가 나왔다. 그가 사민당의 전통 지지층을 '동원'해냈다는 게 슐츠 효과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슐츠가 정치학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비대칭적 탈동원화라는 단어를 꺼냈으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슐츠 효과가 한창일 때, 언론들은 빌리 브란트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서 있는 슐츠의 사진을 많이 송출했다.

동방정책 기수이자 사민당의 거두였던 브란트가 총리로 재임할 때 치른 1972년 총선 투표율 91.1%는 '전설'로 남아있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때 사민당은 45.8%의 지지를 받아 44.9%에 그친 기민-기사당 연합을 눌렀다.

투표율 하향 추세는 움직일 수 없는 법칙에 가깝지만, 비대칭적 탈동원화 양상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경험칙이다.

un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6 20: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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