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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사오정인데…공무원은 공로연수로 쉬며 월급 '꼬박'(종합)

"공직사회 인사적체 해소용" 비판…'무노동 유임금' 특혜 논란
올해 4천여명, 1천억원 소요…"등 떠밀리기 싫어" 공무원도 불만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다음 달 1일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김모(59)씨는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몇 명과 만난 자리에서 "정년이 1년 남았는데, 공로연수를 들어가게 됐다"고 푸념했다가 친구들로부터 된통 혼이 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친구들 중 금융회사에 다니던 한 명은 이미 5년 전에 쫓겨나다시피 퇴직해 보험회사 모집인으로 일하고 있고, 기업체에 다니던 친구 역시 직장에서 밀려나 몇 년째 일자리 없이 생활하고 있는 처지다.

그나마 또 다른 친구는 동창들보다 호적상 나이가 한 살 적은 덕에 정년 60세 법제화에 따라 아직도 직장에 적을 두고 있지만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서 작년부터 월급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친구들이 볼 때 김씨의 볼멘소리는 과분한 '특권'을 누리며 복에 겨워하는 '철밥통'의 투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을 6개월∼1년 남겨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 기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된 제도다.

공로연수 기간에는 특수업무수당과 위험근무수당 등을 제외한 보수가 그대로 지급된다. 영어나 컴퓨터 교육 등 민간 연수기관에서 받는 교육 훈련비도 지원된다.

공로연수 대신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경제적 측면으로 보면 공로연수가 더 유리하다.

공로연수를 할 수 있는 시기에 명예퇴직을 하면 명예퇴직 수당으로 월급의 절반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공로연수가 명예퇴직보다 1년간 1천만원 내외의 보수를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로연수 기간에는 별다른 근로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출근하지 않고 쉬는데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만 공직사회의 공로연수제도는 흔들림 없이 시행되고 있다.

선배가 공로연수에 들어가면 후배 공무원들의 연쇄 승진 요인이 발생한다.

공로연수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길을 터주길 바라는 후배들의 눈총 때문에 안 하겠다고 버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공로연수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공직사회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공로연수가 지방자치단체만 따져도 매년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올해 퇴직을 6개월∼1년 앞둔 58명 가운데 45명이 공로연수에 들어가고, 13명이 명예퇴직한다. 지난해에도 37명이 공로연수를 통해 은퇴했다.

충남도는 지난해와 올해 퇴직자 89명 가운데 45명이 공로연수를 신청했다. 울산시도 지난해 14명, 올해 상반기 21명이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전북도 역시 대상자 27명 가운데 19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로연수를 한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 등의 지방공무원이 3천175명에 달한다. 2015년에는 2천867명이다.

올해는 4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까지 정년 퇴직자가 연간 5천 명을 밑돌았지만, 대표적인 베이비부머 세대로 꼽히는 '1958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올해는 퇴직 대상자가 7천30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인건비는 1천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부처나 교육청까지 합하면 공로연수 인원과 관련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때문에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공로연수에 대해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공로연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이지만 공로연수,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1년 전에 등 떠밀리 듯 강제 퇴직하는 것이어서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요즘 같은 시절에 1년 먼저 퇴직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공로연수나 명예퇴직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적은 월급을 받았고, 평생을 공복(公僕)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해왔다"며 "사실상 1년 먼저 강제 퇴직당하면서 세금을 축낸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로연수를 바라보는 많은 국민의 시각은 일 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는 철밥통의 특권"이라며 "임금피크제와 같은 민간기업의 인사시스템 도입하거나, 공로연수 기간에 공직생활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bw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7 12: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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