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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옷에 내 몸 맞춰야 하다니…뚱뚱하면 안되는 사회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 "한국은 패션 트렌드가 빠르고 옷값이 저렴해 패셔니스타가 되기 좋지만, 이 모든 건 당신이 말랐을 때 가능한 일이다."

미국 복스미디어의 맥신 빌더 에디터는 한국의 패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른 여성 위주의 패션 산업을 꼬집은 것입니다.

빌더는 "한국의 대다수 옷가게가 '프리사이즈'를 판매하는데, 거의 다 작은(Small) 사이즈"라며 "한국에서 중간 사이즈(Mediem) 이상의 큰 사이즈를 찾는 것은 도전일 정도"라고 말했죠.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이 옷을 살 때 "예쁜 옷을 입으려면 옷 치수에 내 몸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처럼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디지털스토리] 옷에 내 몸 맞춰야 하다니…뚱뚱하면 안되는 사회 - 1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부 SPA(제조 유통 일괄형) 브랜드, 보세 옷가게, 쇼핑몰 등에서 주로 'S/M' 두 종류의 사이즈를 판매하는 식입니다. 사이즈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 한 SPA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반팔 블라우스 기준 총 49개 제품 중 'S/M' 사이즈만 있는 경우는 2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프리사이즈(F)' 15건, 'XS~L' 12건이었습니다.

또 단일 사이즈로 나오는 프리사이즈 옷은 S와 같이 작은 사이즈로 통용되는데요. 프리사이즈 옷이 마른 사람부터 통통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널널한 옷이라는 의미가 무색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프리사이즈 옷을 입기 위해 살을 뺐다" "15kg 감량했더니 이제 프리사이즈가 맞는다"는 경험담을 쉽게 접할 수 있죠.

정상체중에서 벗어난 비만 여성은 패션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는데요. 비만 인구가 적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지털스토리] 옷에 내 몸 맞춰야 하다니…뚱뚱하면 안되는 사회 - 2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날씬한 사람이 많은 국가에 속하지만 과체중과 비만 인구는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 비만백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2015년에 28.1%로 2006년보다 1.7%포인트 증가했죠.

실제로 표준체중을 벗어난 여성 인구는 많은 편입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16세~69세 한국 여성 3천223명을 조사한 결과, L 사이즈 이상 여성 인구는 34.7%(1천118명)에 달했죠. S와 M사이즈에 해당하는 인구는 각각 21.2%(683명), 43.9%(1천416명)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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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이 여성 신체 사이즈와 외양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모든 것을 배제하는 편협한 세계다. 마른 몸매를 강조해 일반인들에게 강박증을 심어준다." (탠시 E. 호스킨스, 책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마른 몸매'가 미의 기준이 된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들은 체형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정상체중의 한국 여성 10명 중 4명은 자신이 '비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었죠.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자기애 성향과 외모 관련 의복행동의 관계에서 비만 스트레스의 매개효과에 관한 연구'란 논문에 따르면 비만 여성들은 일반 체형 여성과 비교해 플러스 사이즈 제품의 맞음새와 상품구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쇼핑경험에 대한 불만과 불편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이 부정적인 탓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일반 매장에 있는 예쁘거나 특이한 옷을 입고 싶어도 저한테 맞는 사이즈(161cm/68kg)가 없어서 아쉬워요. 플러스 사이즈 마켓엔 제가 원하는 옷이 많지 않고요. '억울하면 살 빼'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다이어트를 하는데 잘 안 빠지니까 우울해요." (26살 안모씨)

지난해 9월 14일 미국 뉴욕 패션위크 행사에서 한 모델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애슐리 그레이엄의 란제리 콜렉션을 선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14일 미국 뉴욕 패션위크 행사에서 한 모델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애슐리 그레이엄의 란제리 콜렉션을 선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미국 패션 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일반 패션 브랜드나 SPA 브랜드도 사이즈 범위를 '플러스 사이즈(가슴둘레 100cm 이상)' 등으로 확대하거나 이들을 위한 별도의 라인확장을 진행하고 있죠.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여성 플러스 사이즈 옷은 지난해 6% 증가한 214억 달러(한화 24조4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여성 플러스 사이즈 옷 판매는 전체 의류 판매 성장률의 두 배를 기록했죠.

오히려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패션 브랜드는 도태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마이크 제프리스 아베크롬비 사장은 "뚱뚱한 고객이 들어오면 물을 흐리기 때문에 XL 이상 크기의 여성용 옷은 팔지 않는다"(2013년)고 말한 후 판매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죠.

뚱뚱한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맞지 않는 옷 때문에 좌절감을 겪어야 하는 여성들. 뚱뚱하면 안되는 사회, 이제는 바뀌어야하지 않을까요?

junepe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26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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