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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영물(靈物)' 문어…그 경이로운 의식의 세계

신간 '문어의 영혼'
문어의 영혼
문어의 영혼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난 심장이 3개라 너를 쉽게 잊지 못할 거야."

지난해 개봉한 인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에서 건망증이 심한 주인공 물고기(블루탱) 도리가 부모를 찾도록 도와준 문어 행크가 도리와 헤어지면서 건넨 말이다.

그냥 한 얘기가 아니라 문어는 실제로 심장이 3개다. 따져보면 인간의 눈에 비친 지구상의 생물 중 문어만큼 이상한 것이 없다. 8개나 되는 다리가 머리에 붙어있고 위장이 머릿속에 있으며 생식기가 발에 있다. 심지어 피는 푸른색이다.

몸의 90%가 혀와 비슷한 근육으로 돼 있어 50~70% 수축이 가능하고, 피부의 색과 문양, 질감을 0.7초 만에 바꿔 자유자재로 위장이 가능하다. 다리에는 1천 개가 훨씬 넘은 빨판이 달려있는데 하나하나를 손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문어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이질성의 극단에 있다.

공포가 이질감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인간에게 문어만큼 흉측한 존재도 없다. 문어가 옛날부터 거대 괴물의 모티브가 돼 왔고, 오늘날 소설이나 영화 속 우주괴물이나 외계인이 문어와 닮은 모습을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간 '문어의 영혼'(글항아리 펴냄)은 과장된 괴물의 이미지로 그려지거나 고급 식재료 정도로 여겨지는 문어에게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영특함이 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과의 교감을 주로 다뤄온 논픽션 작가이자 박물학자인 사이 몽고메리는 2년여 동안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문어들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흥미 있게 풀어낸다.

아테나, 옥타비아, 칼리, 카르마 등 저자가 경험한 네 마리의 문어는 250종의 문어들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거대문어로 저마다 성격이 달랐고 개성도 뚜렷했다. 혈기왕성하고 다정했으며 호기심이 넘치거나 차분했다.

문어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친구와 적을 구분하고, 때론 수많은 빨판으로 포옹하듯 부드럽게 접촉하지만 섬뜩한 적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책은 문어가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많은 다양한 경험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능의 근거로 호흡과 이동 수단으로 진화한 수관을 유희에 사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문어는 수관으로 물을 뿜어 사람에게 장난을 걸고 장난감을 굴리며 놀기도 했다.

무척추동물인 문어의 영특함과 이질성은 여전히 '의식'을 인간의 전유물로 믿고 세상 만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흔든다.

5억 년 이상 인간과 다른 계보를 밟으며 진화해온 문어의 의식과 그것을 이루는 감각체계는 인간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문어는 색맹에다 볼 수 있는 거리가 2m 남짓에 불과하지만, 대신 몸 전체에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있어 온몸으로 맛을 볼 수 있다. 접촉하는 순간 문어는 상대방의 호르몬 맛으로 성별은 물론 기분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뼈와 근육과 혈액의 맛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문어는 3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대부분이 뇌가 아니라 다리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문어는 뇌의 통제 없이도 8개 다리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조화롭고 영리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의식이 뇌뿐 아니라 다리까지 분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놀라운 변신력과 색감으로 볼 때 어쩌면 문어가 피부로 보는 능력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어는 인간이 갖가지 생물들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만심을 버리고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는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인간과 전혀 다른 정신세계를 그려보는 새로운 인식의 길로 안내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녀(문어)는 일찍이 몰랐던 방식으로 나의 행성이지만 내가 거의 모르고 있던 세계를 탐구하도록 나를 꾀고 있었다."

최로미 옮김. 356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6 08: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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