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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플랜] ② 산업일꾼에서 웃음치료사로 연착륙

즐거운 은퇴자 윤춘식씨…10년 전 '말 잘하고 웃기는' 재능 발견
각종 자격증 취득하며 준비…"은퇴 후 삶은 인생에 향기주는 것"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배가 나온 만큼 앞서가는 남자, 윤춘식 인사드립니다."

은퇴 후 웃음치료 강사된 윤춘식씨
은퇴 후 웃음치료 강사된 윤춘식씨(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서 29년간 근무하고 은퇴해 웃음치료 강사로 활동 중인 윤춘식(59)씨. 윤씨가 빨대를 이용한 강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달 13일 오후 울산보호관찰소 강의실.

우렁차고 익살스러운 강사가 열심히 자기소개했지만 20여 명 수강생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보호관찰 기간에 받는 의무교육에 참석은 했어도, 참여할 의지는 부족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를 보거나, 아예 엎드린 사람도 있었다.

노련한 강사는 느슨한 분위기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수강생들에게 빨대를 2개씩 나눠주고, 자신의 양손에 빨대를 하나씩 나눠 들었다. 강사는 빨대를 십자로 교차시킨 뒤 좌우로 한 번씩 꼬며 말을 이었다.

"어떤 이유로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인생이 한번 꼬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꼬일 수도 있겠죠. 이렇게 꼬였는데 앞으로는 쉽게 풀리겠습니까."

웃음치료 강의하는 윤춘식씨
웃음치료 강의하는 윤춘식씨

수강생들의 눈에서 호기심이 읽혔다. 저마다 빨대를 들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싶은 모양이었다.

강사는 완전히 엉킨 듯 보이는 빨대를 하나씩 잡고 양쪽으로 떼어냈다. 빨대는 깔끔하게 분리됐다. 분명 여러 번 꼬았지만, 애초에 꼬이지 않은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 마술로 냉소하던 수강생들의 마음을 연 것이다.

강사는 무기력이나 좌절감에 젖어 보이던 수강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후 강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한 번 실수로, 때로는 여러 번 인생이 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꼬이라는 법이 있습니까. 좌절이나 걱정만 하면서 포기하지 말고, 인생을 잘 풀어가길 바랍니다."

웃음치료사 윤춘식씨
웃음치료사 윤춘식씨

웃음치료 전문강사 윤춘식(59)씨 얘기다. 그는 2015년 11월 은퇴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서 29년간 물류·구매 업무를 담당한 산업일꾼이었다.

적잖은 은퇴자들이 퇴직 후 삶의 혼란과 부적응으로 침체기를 겪는 것과 달리 그는 공백이나 슬럼프 없이 제2의 인생에 연착륙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10년 전부터 준비한 덕분"이라고 비결을 말했다.

그는 퇴직을 10년가량 앞둔 시점에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했다.

당시 환경단체 소속으로 봉사활동을 하다 우연히 남들 앞에서 발언할 기회를 잡았다.

청중들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보냈다.

점점 남들 앞에 설 기회가 많아졌고, 나중에는 마이크를 전담하는 전문 사회자가 됐다.

그런 능력과 경험은 회사 행사나 모임에서도 그대로 발휘됐다.

금연교육하는 윤춘식씨
금연교육하는 윤춘식씨

새로 발견한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고는 전문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웃음치료사를 비롯해 레크리에이션, 심리상담, 금연·금주 상담, 인성교육 등 다방면의 자격증을 따고 지식을 습득했다.

휴일에 서울까지 교육을 받으러 다녔고, 휴가를 내고 외부 강의를 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은퇴할 즈음에는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정리한 책 발간을 준비했다.

책은 '행복한 은퇴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출간됐다.

은퇴 이후로는 '올통합 교육컨설팅'이라는 업체를 창업하고, 즉시 강의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 보건소, 교정시설, 노인복지관, 도서관, 기업 등 윤씨를 원하는 곳은 많았다.

그는 "남들 따라 치킨집을 개업하려고 닭 튀기는 방법을 배우거나, 사업한다며 무작정 돈을 모으는 방식의 준비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면서 "내가 꿈꿨던 일, 즐거운 일, 잘하는 일 등 3가지 기준을 놓고 어떤 일이 적합할지 고민하고, 답을 정했다면 수년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즐겁게 강의 듣는 어르신들
즐겁게 강의 듣는 어르신들

그는 요즘에 이틀에 한 번꼴로 강의를 나간다.

작년만 해도 하루 한 번씩 강의할 정도로 바빴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강의 수요가 줄었다고 한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공익적인 목적의 강의여서 강의료 단가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벌이는 신통찮다.

그러나 그는 '그런 보상에 집착하면 제2의 인생이 괴롭고, 결국에는 실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직장생활 할 때는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거기에 쏟기 때문에 많은 보수, 직장과 직책이 주는 성공과 군림 등이 따라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내가 즐기고 보람을 찾는 은퇴 이후 삶에서마저 그런 보상을 기대하면 스스로 열패감만 늘어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 년간 치열했던 인생에 비로소 향기를 줄 수 있는 시간이 은퇴 이후의 삶"이라면서 "할 일을 찾아 능력을 갖추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은퇴 준비를 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k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8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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