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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외고·자사고 폐지가 그렇게 서두를 일인가

(서울=연합뉴스) 새 정부의 첫 교육수장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내정되면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폐지문제가 쟁점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사고·외고 폐지문제는 학교 서열화를 막고 일반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핵심 대선 교육공약 중 하나이다. 김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교육공약을 총괄한 만큼 공식 임명되면 이 공약들을 주도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김 후보자와 같은 정당이며, 비슷한 진보성향인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재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로 '하향 평준화'로 인한 폐단을 줄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결과, 현재 외고는 31개교, 자사고는 46개교, 국제고는 7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와 외고 등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고의 질이 떨어지는 등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입시 위주 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상황에서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를 통해 고교 서열화를 막은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의 2017학년도 전기모집 지원자 수가 6천 명 가량 줄고 평균 경쟁률도 1.77 대 1로 떨어졌다. 자사고·외교 폐지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학교를 폐지하지 말고, 국제화 시대 인재를 육성한다는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적절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부모의 교육열기가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 특히 대학입시와 연관된 교육정책의 수정이나 변경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재정 교육감의 발언을 놓고 관련 학교에서 "대상 학교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한 것이 좋은 예이다. 자사고·외고 폐지문제는 대학입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될 수능 개편안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다.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큰 그림은 대선공약을 통해 제시됐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이 먼저 공론화되고, 20일 실시예정인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평가'(전국 일제고사) 방식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주도로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갑자기 변경됐다. 일제고사 폐지 결정에 대해서는 과잉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가 대체로 환영하고 있지만 평가방식을 엿새 앞두고 갑작스럽게 바꾼 데 대해서는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각론 논의에 앞서 로드맵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이다. 먼저 김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런 입장이 정리됐으면 한다. 김 후보자와 교육 당국은 핵심 국정과제로 가져갈 공약과 시행 우선순위를 밝히는 것이 좋다. 아울러 민감한 이슈들은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해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4 18: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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