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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낸 교육개혁…'경쟁·서열화' 대신 '협력·평등'

일제고사 폐지·특목고 축소…서울시교육청도 외고·자사고 지정 취소 유력
수능 절대평가 전환 유력, 김상곤 교육장관 후보자 청문회 개혁 첫 관문
일제고사 폐지 집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고사 폐지 집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고유선 기자 = 주요 교육 현안의 쇄신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면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는 1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모든 학생이 치르는 '일제고사'에서 일부 표본만을 대상으로 한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평가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교육청별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지만, 17개 시·도 교육감 중 14개 시·도 교육감이 진보 성향인 점을 감안하면 일제고사는 사실상 9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1998년 이후 0.5∼5%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표집평가로 바꿨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다시 전수평가로 이뤄져 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선 시·도 교육청도 기다렸다는 듯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비롯한 교육 정책 변화를 속속 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3일 고교 서열화의 상징으로 지목돼 온 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교를 계층화·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외고와 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재지정 시기가 돌아오는 외고·자사고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심의를 벌이고 있으며, 재지정 대신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최종 입장을 정리한 뒤 이달 안으로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이 우리와 같아졌으니 그동안 검토해 온 부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시기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

특수목적고인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받는 학교 운영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며,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지정이 취소된다.

종전에는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면 됐지만, 정부의 초·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제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변수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하향 평준화'한 학교 교육을 살리고 학생, 학부모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한다며 '고교 다양화 정책'을 대표적 교육 정책으로 추진했다.

외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육성하고 자사고, 마이스터고 등 다양한 학교 유형을 도입하거나 확대했다.

하지만 우수 학생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계고의 질이 떨어지는 등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자사고는 46곳이며, 외고 31곳, 국제고 7곳, 국제중 4곳이다.

새 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곧 발표를 앞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에서도 전 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이 유력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교육 공약은 평등, 혁신, 공정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성적과 경쟁 위주의 '줄 세우기'가 아니라 다 함께 가는 평등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공약집에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추진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으로 명문화됐다.

고교 학점제 도입도 정부가 추진 중인 서열화 완화를 위한 핵심 정책의 하나다.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해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학점 연계 정책으로 학교 간의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일선 교육청이 특목고 폐지, 일제고사 폐지 등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생들이 점수와 등수에 얽매여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와 학력 수준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정부의 교육개혁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공교육 정상화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정신을 살리려면 단순한 지식 암기 중심의 교실 수업을 토론, 탐구, 체험 중심으로 개선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반면,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이들은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특목고를 폐지하고 학습 동기 유발을 위한 학업성취도평가를 없애면 엄청난 학력 저하를 초래했던 1990년대 후반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청문회 준비 위해 출근하는 김상곤 후보자
청문회 준비 위해 출근하는 김상곤 후보자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절차는 개혁 작업의 첫 번째 관문이 될 전망이다.

개혁적 성향으로 문 대통령의 교육 정책 틀을 잡은 김 후보자가 논문표절 의혹을 극복하고 교육수장을 맡게 되면 교육개혁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래픽] 중·고교 일제고사 폐지…전수평가→표집평가 전환
[그래픽] 중·고교 일제고사 폐지…전수평가→표집평가 전환
'중·고교 일제고사 없어진다'
'중·고교 일제고사 없어진다'(서울=연합뉴스)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모든 학생이 치르는 '일제고사'에서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한 표집(標集)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평가는 20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교육부가 선정한 표집학교에서만 실시한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4 16: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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