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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시인' 박연준·장석주 나란히 새 책

송고시간2017-06-14 08:40

시집 '베누스 푸디카', 산문집 '조르바의 인생수업'

박연준(왼쪽)·장석주 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연준(왼쪽)·장석주 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부부 시인으로 유명한 박연준(37)과 장석주(62)가 나란히 새 책을 냈다. 두 사람은 2015년 함께 쓴 산문집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내면서 부부가 됐음을 알린 바 있다. '문장노동자'를 자처하는 장석주 시인은 워낙 다작으로 이름 났지만 박연준 시인은 5년 만의 시집이다.

박연준의 세 번째 시집 '베누스 푸디카'(창비)는 내밀한 경험을 내보이며 편견과 통념에 저항한다. 직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목소리는 내면으로 다소 방향을 틀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도발의 흔적을 남긴다.

정숙한 비너스라는 뜻의 라틴어 '베누스 푸디카'는 두 손으로 각각 가슴과 음부를 가리는 자세를 뜻하기도 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정숙한 태도는 슬픔의 근원, 나아가 시를 쓰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꿈, 사랑, 희망은 내가 외운 표음문자/ 습기, 죄의식, 겨우 되찾은 목소리, 가느다란 시는/ 내가 체득한 시간의 성격// (…)// 후에 책상 위에서 하는 몽정이 시, 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엔 그의 얼굴을 감싼 채 그늘로 밀려나는 게/ 사랑, 이라고 믿었지만// 일곱살 옥상에서 본 펄럭이는 잠옷만큼은/ 무엇도 더 슬프진 않았고// 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모든 면에서 가난해졌다" ('베누스 푸디카' 부분)

시인은 부끄러움이라는 주된 정서를 단순히 수줍음에 붙잡아두지 않고 외부의 억압과 폭력에 대항하는 동력으로 삼는다. 침대 같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위에 눕지 마세요// 나비, 엉덩이, 배 냄새, 눈물잠/ 다 가져가세요// (…)// 침대에서 천장까지 눈으로 그리다가/ 수백개의 모서리들이 내게 쓰러져 잠드는 밤// 침대로 찾아오는 것들 중/ 가장 슬픈 게 당신이에요// 왼쪽 새끼발가락을 줄게/ 이제 가세요" ('침대 5' 부분) 164쪽. 8천원.

'부부 시인' 박연준·장석주 나란히 새 책 - 2

장석주 시인은 '조르바의 인생수업'(한빛비즈)을 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산문집이다. 이번에 택한 주제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린 자유인 조르바의 삶이다.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다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시인의 생각을 덧붙였다.

"조르바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조르바를 존경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펜과 잉크로 배우려고 했던 인생을 온몸으로 익히고 살아온 사람의 정신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296쪽. 1만8천5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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