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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포퓰리즘 썰물? 伊 제1야당 오성운동 지방선거 참패(종합)

송고시간2017-06-13 00:25

내년 총선 앞두고 '빨간 불'…"양당 체제 회귀 판단은 '아직'"

베페 그릴로 伊오성운동 대표
베페 그릴로 伊오성운동 대표

[EPA=연합뉴스]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김정은 기자 =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며 내년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집권하겠다는 구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탈리아 언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자체 1천여 곳의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 출구조사 결과, 제1야당인 오성운동 후보들은 제노바, 팔레르모, 베로나, 파르마, 라퀼라 등 관심이 집중된 주요 도시에서 3∼4위의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결선 투표 진출에 죄다 실패했다.

이탈리아 지방 선거에서는 총투표의 50%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은 지자체는 2주 후인 오는 25일 상위 득표자 2명이 맞붙는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서 총 225곳의 도시에서 후보를 낸 오성운동은 파르마에서 3%를 간신히 넘긴 미미한 지지율로 4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베페 그릴로 대표의 고향인 제노바에서도 기존 좌우 진영에 크게 밀리며 3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하는 등 주요 도시에서 극히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1일 부인과 함께 제노바 투표소에 들어사고 있는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11일 부인과 함께 제노바 투표소에 들어사고 있는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EPA=연합뉴스]

언론은 이 같은 선거 결과는 내년 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에서 사상 최초로 집권 꿈을 부풀리고 있는 오성운동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성운동은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인과 기존 정당에 대한 피로감에 편승, 30대의 여성 정치 신인을 앞세워 수도 로마와 북부의 부유한 산업도시 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시장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그릴로가 좌우 기성 정치권의 부패를 싸잡아 비난하며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집권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도 고려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집권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각각 30% 안팎으로 엇비슷하게 나타나 차기 총선에서 집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총선 결과를 미리 가늠해볼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오성운동의 이번 패배에 최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反) 포퓰리즘' 기류에 막혀 이 정당이 최고점을 찍고 이제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등을 필두로 유럽 각국에서는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며 국수주의적 정책을 내건 포퓰리즘 정당의 돌풍이 거셌으나 최근 들어 프랑스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성운동의 부진은 짧은 역사 탓에 시장에 당선될만한 강력한 후보를 포함한 지역 정치인 네트워크가 광범위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때 오성운동의 대표 주자로 꼽혔으나 그릴로 대표의 독선에 반기를 들며 당에서 쫓겨난 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해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페데리코 피차로티 파로마 시장은 "오성운동은 12명의 로마 시 각료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할 만큼 인력풀이 얕은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피차로티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작년에 로마 시장으로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당선 1년이 지나도록 인사 논란을 겪으며 시 내각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를 도입한 2000년 이래 경제 성장이 거의 멈춘 이탈리아에는 성장률 정체와 높은 실업률, 난민 위기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상존하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을 두고 오성운동의 국수주의적 기조가 발휘했던 호소력이 수명을 다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고 FT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좌파 진영과 우파 진영이 손쉽게 연합체를 구성한 덕분에 오성운동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하지만, 총선 등 더 큰 단위의 선거에서는 기성 정당들의 연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정치 지형이 좌와 우가 양분하는 기존 양당 체제로 회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릴로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성공과 실패는 우리 역사의 일부분으로,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 집권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내 언론과 앙숙 관계로 유명한 그는 이어 밀라노 인근 파르차니카 등에서 오성운동이 승리한 것을 지적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가 점진적으로,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언론이 오성운동이 곧 종말을 맞을 것처럼 흡족해하고, 자기 기만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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