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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호주 최저임금 산파역은 110년 전 판결

고용인 지급능력·시세보다 피고용인·가족 배려 우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주 3.3% 올라 다음 달 1일부터 18.29 호주달러(1만5천500원)가 된다.

최저임금 결정 기관인 공정근로위원회(FWC)는 사업 여건은 긍정적이지만 임금인상이 미흡한 만큼 최저임금 대상자들의 생활수준 개선이 필요하다며 2011년 이후 최고치의 인상 폭을 결정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처럼 사용자와 노동자 측 모두 이 결정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출처: 호주 노사문제 중재·감독 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 페이스북]
[출처: 호주 노사문제 중재·감독 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 페이스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에 내놓은 자료(2013년 기준)에 따르면 호주의 최저임금 수준은 유럽 주요국을 모두 제치고 세계 1위다.

호주는 또 이웃 뉴질랜드와 함께 최저임금 도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뉴질랜드는 1894년에 세계 최초로 이를 도입됐고, 그 2년 후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가 처음 시행했다. 당시 이 제도 도입에는 낮은 임금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작용했다.

호주 노사문제 중재·감독기관인 공정근로옴부즈맨(FWO) 등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1907년 '하베스터 판결'(Harvester Judgment)에 따라 최저임금제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뿌리내리고 최저임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이 판결은 최저임금이 "고용인의 지급 능력이나 시장 시세(market rate)"가 아닌 "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요(needs)"를 토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최저임금 산정에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중심에 있었다.

재판부의 주심인 H. B. 히긴스가 무엇보다 우선시한 것은 "문명화된 존재의 생계비"였으며, 이 문제는 그때도 상당한 논쟁이 됐다.

히긴스 판사는 당시 생활에 긴요했던 말 한 필의 대여를 예로 들면서 "A가 B에게 말을 이용하도록 했다면, B는 이 말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우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B가 말에게 적절한 음식과 물, 쉼터, 기타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고용자도 검소한 생활을 하면 큰 걱정 없이 살도록 피고용인에게 같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히긴스 판사는 이어 비숙련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피고용인과 함께 아내, 자녀 3명의 부양을 고려해 책정했고, 그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부분은 당시에는 없던 복지가 보완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에서는 현재 많은 외국 이민자가 주로 같은 나라 출신을 쓰면서 "법대로 최저임금을 주면 사업을 못 한다"며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FWO는 최저임금 미지급 문제를 매우 엄격하게 다루고 있으며, 최악에는 아예 사업을 접도록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FWO 책임자인 나탈리 제임스는 "세상에는 문화적 차이나 다른 법들이 존재하지만, 호주에서 사업하려면 호주 법을 알고 지켜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호주 내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며, 이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최근 FWO는 한 한인 업주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허위장부를 쓰고서도 반성의 빛이 없자 법원 제소를 통해 벌금 10만 호주달러(8천500만 원)를 포함해 최저임금 미지급금 등 모두 13만6천 호주달러(1억2천만 원)를 물게 했다.

초밥집 2곳을 운영하던 이 한인은 "실은 내 사업이 최저임금을 줄 만할 정도의 돈을 벌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호주법에 따라 급여를 줘야 한다면 차라리 사업을 접는 편이 낫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FWO는 전했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2 14: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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