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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해외창업, 여행하듯 준비하라"

송고시간2017-06-12 09:43

'라오스의 현대' 창업주…"개도국서 그나라 성장과 함께할 사업 찾아라"

한국 정부엔 "'글로벌 시티즌' 이름의 해외진출 프로그램 만들라" 조언

오세영 코라오 그룹 회장
오세영 코라오 그룹 회장

(비엔티안<라오스>=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라오스의 현대'로 불리는 코라오(KOLAO) 그룹은 라오스에 근거를 두고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한상기업이다.

현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의 하나로 꼽히는 이 회사는 창립 20년만에 자동차, 오토바이, 전자유통, 가구유통, 물류, 건설, 골프장 레저, 일간 종합지, 은행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직원 5천 명에 연간 4천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이 기업의 오세영 회장을 11일 비엔티안에서 가장 높은 그룹빌딩 8층 집무실에서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해외에서 어떤 사업을 하면 돈을 벌수 있을까요?"

오 회장은 "먼저 여행하듯 개발도상국으로 가라"며 말문을 연 뒤 자신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장담했다.

"1년 동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나라 신문을 꼼꼼히 다 살펴보고, 오후 2시부터 국립학교에 가서 현지 언어를 배우고, 5시부터는 운동을 하고, 저녁 시간에는 평범한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 시장에 가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현지 적응을 하십시오. 그러면 무슨 사업을 해야할지 떠오를 것입니다."

누구나 1개월 정도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거기다 11개월만 보탠다 생각하고 부담 없이 창업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지 실정도 모른 채 몇몇 사람들의 말만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기 쉽고, 1년이 지나 현지 국가를 이해했을 땐 이미 돈도, 열정도 사라진 이후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한국인들은 도전 정신이 강해서 처음에는 새로운 나라에 가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얼마 못 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긴 인생에 비춰 그 짧은 1∼2년을 투자하고 기다릴 여유만 있다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머징 마켓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그 나라의 성장과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접근하라고 했다. 개도국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어도 경험도 인맥도 아닌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회장은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이 평생 살 것처럼 시간을 아까운 줄 모르고 허비하고 있다면서 개도국에 터를 잘 잡으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젊은이는 개도국 또래들보다 교육 수준도 높고, 기술도 훌륭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만 머리 터지게 경쟁하니까 꼴찌가 나오고, 중간이 있는 것이죠. 개도국에 나오면 모두 1등이 됩니다. 그 교육과 기술만 있으면 개도국에서는 교사도 되고, 창업을 해 사장이 될 수도 있어요. 용기가 없어서 해외에 못 나온다고 하는데 여행하듯 나오면 되는 겁니다. 사실 용기는 생활하면서 생기는 것이니까요."

오 회장은 자신이 해외로 뛰쳐나간 이유도 소개했다. 대기업에 함께 입사하고도 임원이 되는 것은 한결같이 이른바 'SKY' 출신이라는 현실을 보면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신이 임원까지 가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해외 출장을 다니며 눈여겨 봐둔 베트남을 가기 위해 1990년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우리나라 시골 역 대합실보다도 작은 공항에 내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이제 이 나라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것 하나 1등을 하는 것이 없었는데, 베트남에 오니까 한국어는 무조건 1등으로 잘하는 사람이 된 거예요. 제게 1등이라는 가치관이 생긴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어를 밑천으로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은 기간산업과 제조업이 취약해 자체 생산품이 거의 없었고, 미국의 제재 등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도 제한적이어서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바이어들은 한국말을 가장 잘하는 그를 쉴 새 없이 찾아왔다. 싸리 빗자루를 사러 온 스님에게는 빗자루를 수출했고, 최신형 소련제 헬리콥터를 중계 무역하기도 했다. 현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그를 '싸리비', '헬리콥터'로 부를 정도였다.

그는 다시 '실패를 두려워 말라'는 조언을 이어갔다. 자기가 선택한 국가를 믿고, 3번 실패할 때까지 자기에게 기회를 주라고 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배수진을 치고 이를 악물고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좌절의 경험을 성공으로 연결하려면 자기를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2020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톱 10'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루 20시간 일을 한다. 이 기업에는 157명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코라오 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은 없고, 헤드헌터를 통해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요즘은 자발적으로 회사를 알고 지원하는 직원도 여럿 있다고 한다.

스펙과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년 차 사원을 뽑을 경우 엔지니어, 회계 파트 등 직무에 따라 연봉이 다르지만 5천만 원 정도 된다. 주거비용, 통신비용 등이 지원되고, 은행 금리가 6.5%로 높아 3년 정도 근무하면 1억 원을 쉽게 모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라오 그룹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업무 역량과 스펙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며 "누구든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안이하게 월급쟁이만 왔다 갔다 할 거라면 함께 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코라오 그룹은 '다른 모든 사람이 하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과 다르게 하라', '고객 만족에 저해되는 일과는 절대 타협하지 말라',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게 하라' 등의 십계명이 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청년실업'이라는 표현으로 젊은이들의 사기를 꺾을 것이 아니라 해외 진출이 가능한 '글로벌 시티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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