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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전 국내사용 전면 중단된 최루탄의 기억…지금은

송고시간2017-06-10 06:35

생산업체 4곳, 터키·바레인 등 10여개국 연 1천억원대 전량 수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군사정권을 몰아내자는 항쟁의 불길이 거세게 불던 1987년 6월 18일.

부산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역에서 50여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날 집회의 제목은 '호헌철폐·독재타도'가 아닌 최루탄 추방대회였다.

9일 전 연세대생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것을 비롯해 최루탄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최루탄을 쏘지 말라고 경찰에 호소한 것이었다.

6월 항쟁 당시 부산에서 경찰이 일명 직격탄이라 불리는 SY-44를 조준하는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6월 항쟁 당시 부산에서 경찰이 일명 직격탄이라 불리는 SY-44를 조준하는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당일 전국 집회 가운데 중심은 단연 부산이었다.

경찰 추산 8만명,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부산본부(국본) 추산 30만명이 서면부터 부산역까지 약 4㎞의 중앙로를 메우며 6시간 동안 점거시위를 벌였다.

최루탄을 추방하자며 벌인 집회였는데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찰이 동구 좌천동 자성교 위에 밀집해 있던 시위대를 향해 쏜 직격 최루탄에 이태춘씨가 머리를 맞은 뒤 고가다리에서 10여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진 것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망 원인을 추락사라고 발표했지만 국본은 상처 부위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내렸다.

전두환 군부 정권은 들불처럼 번진 시위에 최루탄으로 맞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YMCA 자료에 따르면 1986년 1월에서 10월까지 31만발 이상의 최루탄이 발사됐다.

최루탄 KM25, 일명 사과탄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루탄 KM25, 일명 사과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금으로 치면 60억900여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이후 6월 항쟁이 본격화한 1987년에는 최루탄 사용량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5년부터 최루탄 개발에 들어가 1979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받은 대표적인 생산업체인 삼양화학의 1986년 매출이 499억원에 달할 정도로 최루탄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당시 국본은 6월 18일부터 29일간 최루탄 피해를 접수받은 결과 부산에서만 총 150여명에 최루탄 피해가 난 것으로 조사했다.

대부분 직격 최루탄에 맞거나 일명 사과탄이라 불리는 최루탄 파편이 피부에 박히는 상처들이었다. 특히 직격 최루탄 파편에 맞은 문모(31) 씨 등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총에 꽂아서 발사하는 깡통 형태의 최루탄인 삼양화학의 SY-44는 일정 각도 이하로는 쏴서는 안 되지만 경찰은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각도를 낮춰 시위대를 향해 쏴 피해가 컸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 동구 보림극장 앞 시위대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 동구 보림극장 앞 시위대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사과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과탄', 뱅글뱅글 돌면서 최루 가루를 흩뿌리는 '지랄탄' 등 다양한 최루탄의 주성분은 화학물질인 CS 가루다.

눈이나 호흡기 등에 들어가면 눈물, 콧물은 물론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심하면 물집이 생기고 화상 증상도 보인다.

경찰은 6월 항쟁 이후 10여년간 집회 시위 해산 목적으로 최루탄을 계속 사용하다가 1998년 만도기계 파업 사태를 마지막으로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최루탄 대신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 무사용 선언 이후에도 다량의 최루탄을 보관해오다가 논란이 되자 몇 년 전 경찰서마다 보유한 최루탄 대부분을 폐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루탄 사용이 전면 중단되자 1980년대 호황을 맞았던 최루탄 생산업체들은 줄도산을 맞기도 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 동구 자성교 부근의 시위대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 동구 자성교 부근의 시위대 모습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연합뉴스]

삼양화학은 이미 오래전 최루탄 생산을 중단하고 화생방 보호장비, 연막탄 등으로 주력 제품을 변경했다.

더는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지만 국내에선 4개 업체가 최루탄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내수용이 아닌 전부 수출용이다.

최루탄은 군사 전략물자에 해당돼 수출이 금지돼 있지만 내부 치안, 시위 진압, 질서 유지 목적이면 정부와 경찰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다.

주요 최루탄 수입국은 터키, 바레인 등 시위나 소요가 잦은 10여개국이다.

터키·바레인 시민단체는 2015년과 2014년 각각 최루탄으로 인한 사망자, 부상자 등 피해가 커지자 우리 정부에 최루탄 수출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없는 나라는 없을 정도로 최루탄 수요는 많다"며 "국가 경제로 보면 최루탄 생산은 효자 수출업종"이라고 말했다.

최루탄 생산업체 4곳의 연간 수출액이 1천억원대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반정부 시위에 맞서 최루탄 쏘는 터키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정부 시위에 맞서 최루탄 쏘는 터키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최루탄 생산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브라질, 프랑스, 중국 등으로 전해진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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