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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 끝나지 않았다…쌍둥이 엄마 김미향씨

송고시간2017-06-10 07:00

가족사진 없는 다섯 식구…인과관계 조사 등 정부 활동에 기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 북구에 사는 김미향(35·여) 씨 집에는 다섯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아직 없다.

김씨의 쌍둥이 두 딸인 박나원(6)·다원(6) 양은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생긴 후유증 탓에 외출이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쌍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쌍둥이

[김미향 씨 제공=연합뉴스]

쌍둥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지난 9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씨는 "아이들과 제대로 된 휴가 한번 못 가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쌍둥이에게 가습기 살균제의 후유증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시작됐다.

딸 셋 중에 둘째이자 쌍둥이 언니인 나원이는 돌이 지났을 때, 막내인 다원이는 생후 6개월에 각각 호흡 곤란이 찾아왔다.

부모는 당시만 해도 두 아이가 가습기 살균제 탓에 호흡곤란을 겪은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면서 쌍둥이는 2015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정부에서 병원비와 생활자금 등이 지원되고 있지만 송두리째 바뀐 다섯 식구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나원이는 목에 뚫은 구멍에 단 플라스틱 관에 의지해 숨을 쉰다.

온종일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데 유치원에 가는 동생 다원이가 집에 오는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동생이 그립기도 하고 동생이 유치원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친구들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원이는 언니보다 비교적 몸 상태가 좋아 플라스틱 관 없이 유치원에 다니고는 있지만 한달에 절반 이상을 결석할 때도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딸 셋 중 첫째 소원(7)이는 가습기 살균제에 비교적 덜 노출된 덕인지 동생들의 소원 중 하나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쌍둥이는 어른이 되면 본인들처럼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곁에서 돌봐주는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한다.

박나원(왼쪽) 양과 어머니 김미향(오른쪽) 씨
박나원(왼쪽) 양과 어머니 김미향(오른쪽) 씨

[김미향 씨 제공=연합뉴스]

김씨는 지난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이 청와대 앞에서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부산 쌍둥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쓴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편지를 길게 쓰면 제대로 안 읽어줄까 봐 내용을 줄이고 줄여 원고지 5장이 안 되는 분량을 쓰는 데에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이 셋을 재워 놓고 새벽잠을 줄여가며 편지를 썼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김씨는 "희망의 불빛이 보이는 것 같아서 졸리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인과관계의 조사과정은 물론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피해자는 물론 국민이 답답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가피모는 피해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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