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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유머로 재해석한 햄릿…이언 매큐언 소설 '넛셸'

송고시간2017-06-08 08:30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제공]
이언 매큐언 [문학동네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젊고 아름다운 여인 트루디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먼저 출판사를 운영하며 시를 쓰는 남편 존. 그리고 옷과 자동차밖에 모르는 부동산 개발업자 클로드. 존과 클로드는 형제 사이다. 임신 중인 트루디는 존과 별거한 채 클로드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69)의 열네 번째 장편소설 '넛셸'(문학동네)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 닳고 닳은 소재를 환상적이고 유머러스한 서스펜스로 직조해낸다. 작가는 아직 이름조차 없는 트루디의 뱃속 태아를 화자로 내세운다.

태아는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트루디의 몸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는 신세지만, 국제정세와 고전문학에 해박하다. 트루디가 틀어놓는 라디오와 팟캐스트 강의, 자기계발 오디오북 덕분이다.

"지금 이곳의 나는 몸과 마음의 성장 외에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처지인지라 모든 것을, 사소한 것까지도 받아들인다―사소한 것이 많지만." (14쪽)

트루디와 클로드가 레스토랑에서, 침대 위에서 속닥거리는 말들을 태아는 전부 듣고 있다. 둘은 자살로 위장해 존을 독살하고 그의 저택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클로드는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음모가 성공하면 자신은 버려질 것이다. 실패한다면 트루디와 함께 감옥에 갈 게 뻔하다. 태아는 클로드를 향한 혐오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상상력과 유머로 재해석한 햄릿…이언 매큐언 소설 '넛셸' - 2

그러나 그들의 계획을 꿰뚫고 있다 한들 자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발길질 말고는 없어 보인다. 세상에 나갈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아버지 존에게 쓰는, 전할 수 없는 편지가 절절하다.

"죽지 말고 살아서 아버지의 아들을 받아들이고, 아버지 품에 절 안아주시고, 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주세요."

불륜을 저지르며 아버지를 독살하는 어머니와 삼촌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등장한다. 작가는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은 바 있다. 트루디와 클로드의 이름은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 왕비, 삼촌 클로디어스를 연상시킨다.

소설 제목 '넛셸'(Nutshell)은 '햄릿' 2막2장에서 가져왔다. "아아,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 민승남 옮김. 264쪽. 1만3천5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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