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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상대는 비이성적으로 맞서라" 갈등과 협력의 방정식

송고시간2017-06-06 16:09

신간 'n분의 1의 함정'

n분의 1의 함정
n분의 1의 함정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두 사람과 1억 원의 돈이 있다.

규칙은 이렇다. 두 사람이 1시간 안에 배분 방식만 합의하면 전액을 챙길 수 있다. 반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둘 다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일견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A는 반씩 나눠 갖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B의 생각은 좀 다르다. 자신이 9천만 원을 갖고 A에겐 1천만 원만 나눠주겠다고 한다. 달리 이유는 없다. A는 B가 단돈 1원도 더 가질 이유가 없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B는 막무가내다. 자신은 9천만 원이 아니면 빈손이어도 좋다며 밀어붙인다. 여차하면 자기 몫을 9천500만 원으로 늘리겠단다. 시간 지나고 결국 A는 울며 겨자 먹기로 1천만 원을 받고 게임은 끝이 난다.

2005년 게임이론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수학자 로버트 아우만이 처음 제시한 '공갈협박범의 역설'(The Blackmailer's Paradox)을 개작한 것이다.

게임이론 해설서인 'n분의 1의 함정'(반니 펴냄)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이와 유사한 일들이 가정과 직장, 사회 곳곳, 나아가 국가 간 협상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죄수의 딜레마'를 비롯해 '최후통첩 게임', '치킨 게임', '안정적 결혼 알고리즘', '내시 균형', '사슴사냥 게임' 등 현대 게임이론의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는 이스라엘 게임이론 전문가인 하임 샤피라 텔아비브대학 교수다.

1944년 물리학자 존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출간한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서 출발한 게임이론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저변의 공통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달리 말해 게임이론은 상대의 결정이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질지를 예측한다. 오늘날 경제, 사회, 정치 등 여러 방면에서 널리 활용되며, 동물들의 무의식적인 생존·번식 행동과 사회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 쓰인다.

게임이론은 인간사와 세상사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친숙한 '죄수의 딜레마'에 비춰보면 사람들은 사적 이익을 위해 협력보다는 배신을 선택하게 되지만, 이는 상황이 한 번에 그칠 때다. 참가자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오히려 협력이 발전할 수 있다. 현실은 '반복적 다중경쟁 죄수의 딜레마'인 경우가 많다.

'최후통첩 게임'은 인간이 불공정, 불평등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이를 거부하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의 사익 추구가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사회 전체 이익으로 수렴될 것으로 전제한다. 하지만 실제론 개인 이익과 사회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론은 때때로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도덕적으로 문제 될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임이론은 상식을 벗어난 비이성적 상대에 대한 대응 전략도 제시한다. '공갈협박범의 역설'에서처럼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극단성 드러내는 비이성적 상대는 똑같이 비이성적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공도동망하는 파국적 상황도 불사하겠다고 작심하고 덤벼야만 비이성적 상대에 맞설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비이성적인 상대와 이성적으로 맞서는 것은 종종 비이성적"이라고 말한다.

이재경 옮김. 232쪽. 1만5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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