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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테러공포에 사로잡힌 밤"…伊토리노 대피소동 전말

"중태 7세 중국계 소년, 수 십 명에게 짓밟혀"…시 당국·경찰 책임 논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드넓은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축구 경기를 보던 중 터진 폭죽이 테러의 신호탄으로 오인된 탓에 1천5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온 이탈리아 토리노의 대피 소동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5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은 3일 토리노 심장부에 자리한 산카를로 광장에서 빚어진 어이없는 소동이 빈번한 테러로 공포가 일상화된 유럽에서 광장의 시민들이 집단적 테러 공포에 사로잡혀 벌어진 일이라고 규정했다.

'폭죽을 테러로 오인'…대피 소동으로 1천500명 다친 伊토리노의 중심 광장
'폭죽을 테러로 오인'…대피 소동으로 1천500명 다친 伊토리노의 중심 광장[EPA=연합뉴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토리노를 연고지로 한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와 스페인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하던 중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폭죽 하나가 터지는 것에서 시작됐다.

폭죽이 터지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 일부가 "폭탄이 터졌다"고 외쳤고, 군중 사이에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빠르게 번졌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우아한 광장에 운집해 있던 군중 3만여 명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뛰기 시작하며 축제의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런 와중에 웃통을 벗고 배낭을 맨 채 광장에 서있던 한 젊은 청년의 존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폭탄 테러범이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이 청년은 그러나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일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다"고 진술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군중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과정에서 총 1천527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폭죽을 테러인 줄 알고"…공포에 질려 광장을 탈출하는 伊토리노 시민들
"폭죽을 테러인 줄 알고"…공포에 질려 광장을 탈출하는 伊토리노 시민들 [EPA=연합뉴스]

이 가운데 3명은 중상을 입어 입원했다. 이 중 유벤투스 팬으로 알려진 7세의 중국계 소년은 머리와 몸통을 짓밟혀 토리노 아동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다.

소년과 동행한 20세의 누나는 라 레푸블리카와의 회견에서 "넘어진 동생을 수 십 명이 무차별적으로 밟고 지나갔다"며 "한 건장한 남성이 바닥에 동생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와줘 가까스로 동생을 옮길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친구들과 함께 이날 광장을 찾은 빈첸초라는 청년은 "테러가 발생했다는 외침이 들렸지만 다른 징후가 없어 처음엔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도망가지 않으면 차량이 들이닥쳐 마구잡이로 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밝혔다.

그는 "무작정 뛰다가 여러 번 넘어져 바닥의 유리에 손이 찢겼다. 상황이 종료된 뒤 한참 후에야 테러가 아니라, 집단적 공포에 사로잡혀 벌어진 일임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테러 오인 소동으로 다친 여성이 伊토리노 중심 광장에 쓰러져 있는 모습
테러 오인 소동으로 다친 여성이 伊토리노 중심 광장에 쓰러져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관심은 이제 이런 어이없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집중되며, 시 당국과 경찰이 적절한 보안 조처를 했는지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토리노 시는 "이번 광장 응원전은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가 대결한 2015년 6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동일한 정도의 보안 조치를 취했다"며 "테러가 빈발하는 이런 국제적 분위기에서 광장에서의 공포를 통제하는 것은 특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동시 다발 테러를 시작으로 유럽 곳곳에서 테러 공격이 횡행하기 시작한 사실을 고려할 때 2년 전과 똑같은 수준의 보안에 그친 것은 큰 실수라는 지적이다.

당국이 행사장에 유리병 반입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의 부상자의 약 80%는 깨진 유리병 조각들만 없었어도 다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 대부분은 도망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깔려 타박상을 입거나, 길바닥에 마구잡이로 널브러진 깨진 유리병에 베어 상처를 입었다.

목격자들은 아울러 경찰의 행사장 통제 조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아이스박스에 맥주와 음료수병을 가득 담은 상인들이 아무 제약 없이 광장과 연결된 대형 지하 주차장을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05 19: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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