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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수니 아랍권, 카타르 고리로 對이란 패권경쟁 선포

트럼프 선명한 '이란 적대' 정책에 사우디 강경책 '동조'
2011년 리비아 내전 이후 갈등 불씨…이란·무슬림형제단 놓고 이견
5월21일 사우디 대테러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좌로부터), 살만 사우디 국왕, 트럼프 미 대통령[EPA=연합뉴스자료사진]
5월21일 사우디 대테러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좌로부터), 살만 사우디 국왕, 트럼프 미 대통령[EPA=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등 주요 수니 아랍국가가 카타르와 단교를 전격 선언한 것은 단순히 카타르의 '일탈'을 꺾어보려는 의도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다른 걸프 지역 수니파 군주정과 결이 달랐던 카타르의 외교 정책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어서다.

가까운 예로 보면 2011년 리비아 내전에서 카타르는 이슬람주의 민병대를, 사우디 등 '주류'는 그 반대 진영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치렀다.

2011년 이집트의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주도한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사우디 등은 테러조직으로 보고 경계했지만 카타르는 이들에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2013년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하고 쿠데타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정권을 놓고서도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 된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돈줄' 역할을 한다.

카타르는 중동 여러 현안에서 주류와 갈등을 무릅쓰고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고집했고, 이런 경향은 역내 '소프트 파워' 강국을 추구한 젊은 군주 셰이크 타밈이 권좌에 오른 2013년부터 더 두드러졌다.

잠복한 불씨를 이번에 발화시킨 촉매는 지난달 23일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의 이른바 '친이란' 오보였다. 셰이크 타밈이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해킹 탓이라는 카타르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이번에 국교를 끊은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가 나서서 저의를 의심하면서 공세를 폈다.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가짜 뉴스'를 방아쇠 삼아 카타르를 맹공한 것은 어떤 면에선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셰이크 타밈은 주변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27일 라마단을 맞이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해 우호를 다짐해 이웃 걸프 국가의 분노를 샀다.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시위[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시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런 점에서 이번 집단 단교 사태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 수니파가 이란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카타르를 고리로 시아파 맹주 이란을 향해 패권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외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주류 수니파의 표적은 카타르가 아니라 결국 이란인 셈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적대적 패권 경쟁 역시 해묵은 일이지만 핵협상 타결로 지난 1년여간 산유량이 급증하고 유럽과 관계를 복원하는 이란의 부상은 주류 수니파에겐 새로운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은 중동의 난제인 시리아와 예멘 내전의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데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에 걸친 걸프 해역 북쪽 '시아파 벨트'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사우디가 종교(수니 이슬람), 혈통(아랍계)의 동질성을 배경으로 '형제 관계'를 과시할 정도로 어느 지역보다 결속력이 강했던 걸프 지역의 평정을 깰 만큼 결단하게 된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난달 정상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 핵협상의 주역인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 소원했던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야드에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면서 대이란 적대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내자 대미 관계가 '리셋'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주류 수니파 아랍계로선 오바마 정부 시절 이란에 치우쳤던 중동 내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정치·외교·군사적 '보증인'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5일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사용한 '테러리즘, 내정간섭, 극단주의' 등의 표현은 지난달 21일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적대정책을 확인한 사우디 등 주류 수니파가 카타르와 단교라는 강경책으로 동조한 셈이다.

주류 수니 아랍권과 카타르의 충돌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 지원을 이유로 사우디, UAE, 바레인이 2014년 3월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갈등을 빚었을 때도 7개월이 지나서야 원상회복됐다.

중동 내 외교 분쟁이 경제적인 분야까지 미친다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 공교롭게 이번 갈등의 양축인 사우디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이란이 그 뒤를 잇는 탓이다. 또 한국은 카타르에서 가장 많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이란과 아시아 원유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사우디가 이번 단교를 이유로 주 수출국인 한국과 거래에 극단적인 조처를 할 가능성은 작다.

그렇지만 미국과 사우디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편가르기식'의 중동 정책을 선포한 만큼 중동에 에너지를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큰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hsk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05 17: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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