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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전격귀국·허찌르기' 노림수…검찰 '반전카드' 있나

송고시간2017-06-05 05:00

덴마크 구속 153일만에 한국서 석방…"송환소송 포기 자진귀국" 주장

檢, 덴마크 동의받을 여유 없어 일부 혐의 미반영…"승산 없어 온 것"

검찰, 구속영장 기각사유 검토·보강 수사…재청구시 법원 판단 주목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정유라 구속영장 기각 (PG)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정유라 구속영장 기각 (PG)

(서울=연합뉴스) [제작 조혜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21)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정 씨의 전격 귀국 전략이 통한 결과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진행하던 송환 불복 소송을 포기하고 갑자기 귀국한 것이 검찰 수사 및 법원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정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덴마크에서 체포된 후 줄곧 구금 상태였던 정 씨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함에 따라 153일 만에 한국에서 자유의 몸이 됐다.

덴마크 현지 법원이 정 씨의 구속을 반복해 연장해왔다는 점에서 만약 정 씨가 송환 불복 소송을 계속했다면 구금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정 씨는 전격 한국행을 선택함으로써 구금 생활을 일단락 지은 셈이다.

이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과 들끓었던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기간에 체포된 '유명'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사례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정유라씨가 2017년 5월 30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정 씨는 탑승 직후 한국 검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유라씨가 2017년 5월 30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정 씨는 탑승 직후 한국 검찰에 체포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돌아보면 정 씨의 귀국은 검찰의 허를 찌른 측면이 있다.

우선 송환 불복 소송을 갑자기 포기해 검찰이 정 씨 압송을 전제로 구속영장 청구 등을 미리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최소화했다.

검찰은 경유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정 씨를 체포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주어진 48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웠다. 체포 피의자는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해야 하며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

정 씨를 압송하는 동안 10시간 이상이 소진됐다. 또 체포 시점이 새벽 4시 무렵이었고 자정 이후 심야 조사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 검찰은 마지막 4시간가량은 조사 등에 활용할 수 없었다. 그만큼 검찰은 힘들게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 셈이다.

특히 정 씨가 갑자기 귀국하는 바람에 검찰은 그가 받는 모든 혐의를 반영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했다.

예를 들어 범죄인 인도 청구 때 적시하지 않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구속영장에 기재하려면 외교·법무 경로를 통해 인도국인 덴마크 당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 검찰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정 씨를 압송한 법적 근거인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이나 범죄인 인도법 등에 따르면 애초에 인도가 허용된 것 이외의 범죄로도 정 씨를 처벌하려면 외국(덴마크) 당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는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중에 이뤄졌으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청담고 재학 중 출석·봉사활동 허위 승인) 혐의와 업무방해(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혐의가 청구 사유로 기재됐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씨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정유라 씨

(서울=연합뉴스) 3일 오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변호사 접견을 마친 뒤 최 씨 소유의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6.3
photo@yna.co.kr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피의자 심문 때 정 씨 측은 송환 불복 소송을 중도 포기한 것을 유리한 정황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정 씨가 검찰의 수사에 응해 자진해서 귀국한 셈이므로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덴마크 정부가 송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불복해 정 씨가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진 상태였으며 항소심 승소 가능성이 없어서 재판을 철회하고 해외 도피를 포기한 것일 뿐 자진귀국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씨 측은 이화여대 부정입학이나 학점 특혜 의혹에 연루된 최순실 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의 재판이 1심 선고를 앞둔 점도 방어 논리로 활용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의 수사가 끝난 상태라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작으므로 정 씨를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씨가 딸의 부정입학을 부탁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으나 일단 법원은 불구속 결정으로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강 수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이유와 정씨의 방어 논리를 뒤집기 위한 '반전카드'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여부를 놓고 벌인 첫 공방에선 정 씨가 승리한 셈이어서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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