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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국내외 연일 '파죽지세' 행보…경기호전 등 여건도 호재

송고시간2017-06-05 05:00

佛총선 일주일여 앞으로…현 의석 없는 집권당, 단숨에 과반 제1당 등극 전망

트럼프·푸틴 등 '스트롱맨'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기선 제압

"프랑스인들, 마크롱으로 인해 대통령직 재발견" 호평 이어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륜 부족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국내외에서 이슈를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등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기성 거대 양당을 무력화시키면서 창당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자신의 신당을 일주일가량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단숨에 의회 과반 의석의 제1당에 올려놓을 기세다.

외교 무대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회귀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채우며 마크롱이 서구 자유주의 질서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정상회담 뒤 푸틴 면전에서 러시아 비판하는 마크롱
정상회담 뒤 푸틴 면전에서 러시아 비판하는 마크롱

[파리 AP=연합뉴스]

◇야당 상대로 분열전략 구사하며 신당 키우기…"佛 정치지형 역사적 대변환"

만 서른아홉의 나이에 선출직 공직 경험이 전혀 없었던 마크롱은 대선 승리 직후만 해도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대선 승리 모멘텀도 금방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마크롱은 이런 예상을 뛰어넘어 국내외 정치무대에서 공격적인 행보로 이슈를 주도하는 등 대선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칸타소프르-원포인트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민주운동당(MoDem) 연합의 지지도는 31%로 1위였다. 집권당 연합의 예상 의석수(하원)는 전체 577석 중 320∼350석으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정치 분석가들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문가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제롬 푸케 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 달 전 마크롱의 대선 승리에도 그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리라는 데에는 회의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그런 상황은 완전히 가능해졌다. 우리는 프랑스 정치지형의 역사적인 대전환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제도를 운용하는 프랑스는 11일과 18일 두 차례 총선을 치른다.

반면에 전통의 강호 중도우파 공화당은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은 대선 직후 신당 공천과 내각 인선을 통해 총선의 최대 적수였던 공화당을 사실상 '초토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자 명단에 공화당 알랭 쥐페 전 총리 계열 의원들을 다수 포함한 데 이어, 쥐페의 최측근인 에두아르 필리프를 총리로 지명하며 마크롱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과 중도좌파 사회당도 대선 후 내분으로 구성원들끼리 치고받으며 몰락을 자초하고 있다. FN의 총선 지지도는 20% 미만으로 2012년 총선 때보다도 낮으며, 전 정부의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10%도 못 미친다.

◇저돌적 스타일로 국제사회 '스트롱맨'들 요리…세계 리더십 공백 파고들어

마크롱과 신당의 선전은 대통령 개인의 저돌적인 스타일과 국정철학이 국내외 정세와 맞물리며 호조건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다양한 정치 이벤트로 프랑스 국민과 세계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연상될 만큼 젊은 대통령의 등장을 대내외에 과시한 화려한 취임식에 이어 곧바로 유럽연합(EU)의 핵심 파트너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날아가 그동안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논의에 미온적이었던 독일의 개혁 약속을 끌어냈다.

이어 곧바로 테러 척결 의지를 보이기 위한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군 기지를 전격 방문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G7(주요 7개국) 정상외교 무대 데뷔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웃고는 있지만…' 트럼프-마크롱의 강렬한 악수
'웃고는 있지만…' 트럼프-마크롱의 강렬한 악수

[브뤼셀 AP=연합뉴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브뤼셀에서의 첫 대면에서 한 '강렬한 악수'는 초강대국 미국의 예측불가능한 리더 트럼프에게 맞수가 등장한 것으로 해석되며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대표적인 '스트롱맨'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파리로 불러 연 정상회담에서도 마크롱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의 면전에서 시리아 정권에 '화학무기 사용 시 즉각 보복'을 경고하고, 러시아 관영언론들이 크렘린의 선전기관처럼 굴었다고 비난하는 등 직설화법으로 옆에 서 있던 푸틴을 멋쩍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파리 기후협정 탈퇴 선언도 마크롱에겐 호재였다.

백악관의 기자회견 직후 마크롱은 곧바로 생중계 영어 연설을 통해 "미국은 세계에 등을 돌렸지만, 프랑스는 미국에 등지지 않겠다"며 "미국의 과학자와 기업인들은 프랑스에 와서 기후변화 해법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기후변화와 자유무역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나토와 EU 문제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등 서방의 오랜 우방국들에 등을 돌리는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틈타 마크롱은 서구 자유주의 질서의 수호자로 자신의 영리하게 포장해가고 있다.

◇노조·재계 직접 만나 노동개혁 설득…취임후 경기회복세 등 운도 따라

국내문제에서도 마크롱은 국정과제 추진의 호조건을 만들기 위한 과감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국내 제1 과제로 내건 그는 지난달 말 주요 노동단체·재계 관계자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온종일 개별 면담을 하며 강력한 노동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새 정부는 개별기업이 산별노조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들과 노동시간 등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고, 퇴직수당의 상한선을 둬서 기업의 해고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마크롱의 전면적 노동개혁에 그리 호의적이진 않지만, 불리한 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엔 온건 성향의 민주노동동맹(CFDT)이 좌파색채가 뚜렷한 노동총동맹(CGT)을 제치고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 자리를 꿰차는 등 노동계의 역학관계 변화가 있었는데 이는 마크롱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은 노동개혁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주목된다.

새 정부는 최근엔 국회의원이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고 의원의 3연임을 제한하는 등의 대대적인 정치개혁 입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제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마크롱의 강력한 정책추진에 동력을 보태는 요인이다.

고공행진을 이어온 실업률이 5년 만에 10% 선 아래로 떨어졌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를 상회했으며,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전망이 낙관적인 쪽으로 옮겨가는 등 마크롱 취임 이후 발표된 각종 지표가 경기호전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이 취임 후 장애물 없는 탄탄대로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대선 승리의 1등 공신 중 한 명으로 마크롱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리샤르 페랑 영토통합부 장관의 부패 의혹은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야당은 페랑이 6년 전 아내 소유의 부동산을 자신이 대표로 있던 지역 건보기금이 임차하는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정치 쟁점화해 총선까지 끌고 갈 기세다.

프랑스의 강성 노동단체 노동총동맹 대표 만난 마크롱
프랑스의 강성 노동단체 노동총동맹 대표 만난 마크롱

[EPA=연합뉴스]

최근엔 유권자의 70%가 페랑의 사임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데 이어 검찰이 예비조사(내사)에 전격 착수하는 등 상황이 마크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문제 외에는 별다른 정치 쟁점이 없어 이번 총선은 향후 이변이 없는 한 마크롱의 집권을 추인하는 '대선 3차투표'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마크롱의 선전에 대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정치연구소의 뤽 루방 교수는 "무능했던 전임 올랑드 정부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마크롱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프랑스인들이 제5공화국 헌법의 핵심인 대통령직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취임연설에서 "프랑스의 힘은 쇠퇴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마크롱이 경기침체와 실업난으로 오랜 기간 신음하고 미국에 밀려 국제사회의 주도적 위치를 상실해온 프랑스의 위상을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주목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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